정부가 내년부터 중소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비용을 빌려주기로 했다. 부당 단가 인하 등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물어달라’고 법정 소송을 낼 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도급법을 개정해 부당 단가 인하 사실을 내부 고발한 대기업 직원 등에게 신고포상금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본지 6월13일자 A1, 8면 참조

부당 단가인하 신고하는 대기업 직원에 포상금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청 등 10개 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부당 단가 인하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부당 단가 인하 근절을 위해 정부가 종합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당 단가 인하는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확대뿐 아니라 중소기업 퇴출과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내수 기반을 약화시킨다”고 부당 단가 인하의 폐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부당 단가 인하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부당 단가 인하에 개입한 최고경영자(CEO)를 고발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법적으로 법인뿐 아니라 개인도 고발할 수 있지만 그동안 공정위가 부당 단가 인하를 이유로 개인을 고발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노 위원장은 “그동안 해당 기업 CEO를 고발하지 않아 공정위가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앞으로 CEO의 개입이 입증되면 예외 없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또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해 부당 단가 인하와 관련된 대기업 내부 고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신고포상금 액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상습적으로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반복하는 기업에 대해선 정부 발주공사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공공부문의 부당 단가 인하도 근절하기로 했다. 우선 상용 소프트웨어 유지관리비를 현재 소프트웨어 가격의 8%에서 2017년까지 15%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에 10%로 높일 계획이다. 중소기업 지원 방안도 함께 내놨다. TV홈쇼핑의 황금시간대에 중소기업 제품 편성을 지금보다 한 달에 9시간가량 확대한다는 것이다.

일부 대책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진흥기금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비용을 지원하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1년 7월부터 기술 탈취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지만 실제 소송 건수는 한 건도 없다”며 “부당 단가 인하 등으로 확대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사문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정부가 앞장서 소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용석/김주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