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대표들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중에는 회사의 부도로 수많은 소액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기업인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 언론인 등이 설립한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13일 국제탐사보도협회(ICIJ)가 입수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 중 한국인 네 명을 추가로 공개했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 김기홍 노브랜드 회장, 박효상 갑을오토텍 대표, 오정현 SSCP 대표 등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성권 회장은 씨에스윈드가 골드만삭스 사모펀드로부터 472억원의 투자를 받은 한 달 뒤인 2008년 2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에보니골드매니지먼트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등기이사는 김성권 회장이고 주주는 김성권 회장과 아들 등 두 명이었다.

DKNY, 갭, 자라 등 유명 패션브랜드에 의류를 납품하는 중견기업 노브랜드의 김기홍 회장 역시 유령회사를 세웠다. 그는 버진아일랜드에 세 개, 영국령 저지섬에 한 개를 세웠다.

지난해 9월 부도가 난 SSCP의 오 대표는 2005년부터 2006년에 걸쳐 버진아일랜드에 세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2008년에는 이 중 하나의 회사 이름을 변경했다. 오 대표는 부도에 앞서 주력사업이던 코팅사업부를 다국적기업에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련한 1400억원 가운데 410억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있는 상태다.

김성권 회장은 “해외사업을 하다 보니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투자를 한 사람이 제안해서 만들기는 했지만 거래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노브랜드 측 역시 “사업상 필요에 의해 설립했을 뿐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갑을오토텍 측도 “오래전에 설립한 것으로 이미 사용하지 않고 폐기했다”고 해명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