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찾은 경기 안산시 성곡동에 위치한 국일신동 본사. 1983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동종업계 경쟁사보다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철저한 품질우선주의로 인지도를 쌓아갔다. 그 결과 지난해 317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한데 이어 올해는 4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일신동의 성장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거래처에서 품질 문제를 제기하며 "거래하지 않겠다"고 나섰기 때문. 김경룡 국일신동 대표이사는 "금속을 가공할 때 그 형태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틈새가 갈라지면서 불량률이 높아졌다"며 "이 때문에 업계에서 신뢰를 잃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일신동은 니노미야 씨에게 기술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일본 황동봉 제조업체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업력을 가진 미쓰비시 신동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가진 기술자다.
곽준원 생산팀 과장은 "불량품이 나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이것부터가 쉽지 않았다"며 "니노미야 씨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의 원인을 금새 알아내 그만큼 해결도 빨랐다"고 평가했다.
니노미야 씨는 축적해놓은 불량품 데이터와 국일신동의 제품을 비교 분석해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 결과 품질 문제를 한 달여 만에 개선해 끊어졌던 거래를 다시 살릴 수 있었다.
이후에도 그는 제품에 대해 항의가 들어올 때마다 해결사 노릇을 했다. 곽 과장은 "니노미야 씨가 고객사를 직접 방문해 문제의 원인이 국일신동에 있는지 2차 가공 업체에 있는지 밝혀내고 설명했다"며 "고객들도 베테랑 기술자가 방문하니 더 신뢰를 갖더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의 기술 도입이 본격화된 것은 2008년이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은 이즈음 대거 은퇴한 일본 베이비붐 세대의 기술과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한국 기업의 부품·소재 분야 기술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양국 간 협력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품질 관리에 자신감을 얻은 국일신동은 니노미야 씨와 함께 납이 들어가지 않는 무연황동 등 신소재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 대표는 "유해물질인 납을 넣지 않고도 저렴한 가격의 가공성이 좋은 무연황동을 올해 안에 개발할 계획"이며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소재가 확산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선두주자인 일본이나 유럽 쪽에도 수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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