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소위 경제민주화 법안들에 대한 본격 심의에 들어갔다. 그 중에는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심사를 엄중히 하라는 법안도 있다. 현재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실시하고 있는 것을 정부 인가를 받는 보험 금융투자 카드 등 전 금융업체로 확대하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제정법)과 보험법 등 개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의원입법만도 5개나 된다고 한다.

이들 법안은 대주주가 횡령·배임 혐의로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6개월 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0%를 초과하는 지분을 강제 매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에 대해선 대주주 범위를 특수관계인(6촌 이내 혈족과 계열사)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있다. 과잉입법의 전형이다.

당장 소급적용 문제가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대주주의 적격 여부를 판별하려면 과거의 횡령·배임 전력을 따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1~2년마다 적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번이라도 벌을 받으면 평생 낙인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횡령·배임죄에 노출돼 있다. 그룹의 사업범위가 넓은 데다, 횡령·배임죄를 규정한 법들이 수두룩한 탓이다. 더욱이 경영 판단에까지 배임혐의를 적용하려는 판이다. 여기에 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이 잘못해도 처벌받는다. 신판 연좌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어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경고했던 그대로다.

이들 법안은 신용을 창출하는 은행과 그런 기능이 없는 제2금융권을 동일시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안고 있다. 은산분리를 금산분리로 왜곡한 데 따르는 필연적인 결말이다. 금융회사에서 대주주를 몰아내 소액주주 천국으로 만들어 해외 투기세력에 넘겨줘도 그만이라고 보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도 산업자본의 은행 및 금융지주사 지분 한도를 9%에서 4%로 줄이고, 그룹 금융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한도를 2017년까지 5%로 축소하자는 법안도 나와 있는 터다. 금융이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