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 내쫓는 유통산업발전법] 재래시장과 '평일 휴무' 합의해도 퇴짜…지자체들 '골목상권 票' 만 신경
“상생기금 얘기는 꺼내지 마세요. 법대로 하겠습니다.”

한 대형 유통업체 임원은 지난 4월 초 경기 성남시청에서 열린 상생발전협의회에서 성남시 공무원에게 면박을 당했다. 이 임원은 “대형마트가 휴일에 문을 닫아도 전통시장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대형마트가 평일에 휴업하는 대신 상생기금을 조성해 전통시장 마케팅과 시설 현대화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물론 사전에 전통시장 상인들과 합의한 내용이다.

하지만 성남시 담당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시행을 앞두고 있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월 2회 휴일 휴업’을 규정하고 있으니 법대로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성남에 있는 대형마트 5개와 기업형슈퍼마켓(SSM) 30여개 점포는 4월28일부터 매달 둘째주와 넷째주 일요일에 휴업하고 있다. 이 임원은 “전통시장 상인 중 상당수도 상생기금 조성 방안에 찬성했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 싸늘한 반응을 보여 답답했다”고 말했다.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이 월 2회 휴일 휴업을 규정하고 있지만 평일에 쉬는 방법도 있다. 이해당사자 간에 합의한다면 휴일이 아닌 날 쉴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시는 이에 따라 휴일 대신 평일 휴무를 허용하고 있다. 대신 대형마트는 휴일 영업으로 얻은 수익 중 일정액을 지역상권 발전기금 등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는 말로만 상생을 외칠 뿐 실제로는 선거를 의식한 골목상권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업체와 상인들이 협의해 전통시장 지원 방안을 마련했으나 동대문구청에서 반대해 무산됐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