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증시에 19조 추가 투자
국민연금이 내년 말까지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이 세계 주요 연기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에 대한 우려로 국내 채권 금리가 급등(채권가격 하락)하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 36조원 신규 투자 여력

보건복지부는 14일 2013년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4년도 국민연금기금 운용계획’을 의결했다. 계획에 따르면 내년에 국민연금기금에서는 약 90조원의 여유자금(보험료·운용수익 등에서 연금 지급액을 뺀 것)이 발생한다. 이 중 기존에 투자한 채권의 만기도래분(54조원)을 제외하면 총 36조원가량의 신규 투자 여력이 생긴다.

기금운용위는 신규 투자 자금을 국내 주식과 채권에 21조원, 해외 주식과 채권에 9조원, 대체투자에 6조원가량을 각각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전체 기금에서 국내 주식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말 18.7%에서 내년 말에는 20.0%로 높아진다. 반면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60.2%에서 54.2%로 낮아진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잔액은 약 73조원이었다. 기금운용위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말에는 국내 주식 투자잔액은 96조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이 중 올 들어 이미 집행된 금액 약 4조원을 제외하면 국민연금은 내년 말까지 국내 주식에 약 19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수익률 제고 위해 주식비중 늘리기로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지난해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수익률은 미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세계 주요 연기금의 절반 수준에 그쳤는데, 그 주된 이유가 채권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으로 기금운용위는 보고 있다.

기금운용위가 이날 기금운용 계획과 함께 의결한 ‘2012년도 국민연금기금 성과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기금의 금융부문 운용 수익률은 7.0%로 집계됐다. 반면 네덜란드공무원연금(13.7%)과 노르웨이국부펀드(13.4%) 미국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13.3%) 등은 국민연금의 두 배에 가까운 수익률을 냈다.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의 65%(2012년 말 기준)가량을 국내외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네덜란드공적연금(39%) 노르웨이글로벌펀드연금(38%) 미국캘리포니아공공근로자연금(21%)보다 훨씬 높다. 이형훈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지난해 글로벌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세계 주요국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뒤졌다”며 “두 자릿수 기금운용 수익률을 달성한 세계 주요 연기금은 해외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금운용위가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기로 한 또 다른 이유로는 향후 주식시장의 전망이 더 밝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당장에는 유동성 축소에 대한 공포감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동시에 짓누르고 있지만 내년에는 실물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채권시장으로 쏠려 있는 자금들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