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이란 대선 결과를 반기고 있다. 하산 로하니 신임 이란 대통령이 취임하면 최소한 대미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 제재를 풀지 않는 한 당장 이란 대선 효과를 보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란과 교역량이 많은 국내 기업들은 미국이 이란에 내린 경제 제재를 완화해주길 원해왔지만 상황은 더 꼬여갔다. 미국은 다음달부터 이란 무역 제한 범위를 확대한다.

기존에는 이란 석유자원 개발과 정유제품 생산을 지원하는 거래 행위만 금지했으나 7월부터는 전방위적으로 제재한다. 철강을 비롯한 원료·반제품 금속, 자동차 생산·조립 관련 거래 등도 금액을 불문하고 제재한다. 에너지·조선·해운·항만과 관련된 거래도 제재 범위에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많은 피해를 보게 된다. 대기업은 이란 대신 다른 국가로 수출을 돌릴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판로를 전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이란 수출액(62억6000만달러) 중 30억4400만달러가 중소기업 몫이었다.

특히 수출량이 많은 철강(14억7000만달러)과 자동차 부품(2억달러) 관련 중소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기업들도 미국의 이란 제재를 부담스러워 했다. 국제 해운선사들이 다음달부터 이란행 물품 운송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면 인근 두바이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두바이에서 물건을 내려 현지 배송 서비스로 이란에 물건을 실어 보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예전보다 컨테이너당 300달러 이상의 추가 운송비가 든다.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장기적으로 경제 제재 수위가 낮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이란이 한국 기업 대신 미국의 경제 제재에 보조를 맞추지 않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 기업과 거래를 늘려왔다”며 “미국과 이란 관계가 개선되면 다시 한국과 이란의 거래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