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단기 급락한 탓에 랩어카운트 시장의 최강자인 브레인자산운용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주력인 자문형랩과 일임형랩의 삼성전자 투자비중이 30% 안팎에 달해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레인자산운용의 자문형랩에서 소위 ‘전차 군단’(전기전자ㆍ자동차)의 편입비중은 60%를 넘나든다. 특히 삼성전자 비중은 절반에 해당하는 30% 안팎이다. A증권사 브레인투자자문랩의 지난달 말 기준 삼성전자 편입비중은 27.86%였고, B증권사는 31%에 달했다.

일반 주식형펀드의 삼성전자 편입한도가 시가총액 비중만큼인 18%인 점을 감안하면 브레인자산운용의 이 같은 삼성전자 투자는 ‘몰빵’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일임형은 삼성전자 비중이 40%를 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랩어카운트를 운용 중인 다른 투자자문사들도 삼성전자 비중이 높지만, 그중에서 브레인자산운용은 특히 두드러진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탈 때 브레인자산운용의 이런 전략은 큰 재미를 봤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압도하고 자금도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휘청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지점장은 “브레인의 자문형랩 수익률이 최근 시장 평균을 못 따라가고 있다”며 “한때 주도주로 군림했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2011년 무너졌을 때 브레인이 타격을 입었는데 당시와 비슷한 처지에 놓일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은 자문형랩 1조1000억원, 일임형자산 2조2000억원 등 총 4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를 이끄는 박건영 대표는 올초 삼성전자 주가가 160만원에 육박하며 최고가를 기록했을 때도 “여전히 싸다”며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은 삼성전자 이외에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주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3인방’을 많이 편입해 놓은 상태다. 브레인운용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자문형랩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 안팎 시장수익률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중장기 성과를 가지고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