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리스차 稅혜택 축소되기 전에 사자"…법인명의 슈퍼카 구매 늘었다
지난달 3억3470만원인 아우디 R8 GT 스파이더 1대가 계약됐다. 5200㏄ V10 엔진을 장착해 최고 출력 560마력, 최고 시속 317㎞에 이르는 슈퍼카다. 구매자는 세금 절감을 위해 법인 명의로 등록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러 관계자는 “올해 팔린 같은 차종 2대 모두 법인용 차량”이라며 “올 들어 회사명의 슈퍼카 구매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법인 명의 고성능 스포츠카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 고가(1억원 이상) 업무용 리스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소득세법 법률개정안’을 발의하자 계약을 서두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5월 판매된 고성능 스포츠카 중 법인 비중은 90%에 육박했다. 브랜드별로는 롤스로이스(84.6%), 벤틀리(81.1%), 포르쉐(77.0%), 재규어(70.1%), 랜드로버(62.2%) 순이었다. 대부분 차량이 스포츠카인 포르쉐는 전년보다 판매가 41.5%나 증가했다. 포르쉐 파나메라는 올해 판매된 180대 중 160대가 법인 명의였다.

이 같은 현상은 2억~3억원대 슈퍼카일수록 두드러진다. 2억3000만원부터 최고 3억5000만원에 이르는 아우디 R8은 올해 판매된 25대 중 단 1대만 개인이 구매했고, 2억890만원의 메르세데스 벤츠 SL 63 AMG도 22대 중 3대만 개인 명의로 등록됐다.

절세 목적의 법인 고객이 많아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는 업체도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 페라리, 마세라티를 공식 수입하는 FMK는 법인 고객 비중이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업무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고성능 스포츠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탈세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서다. 3억원짜리 수입차를 회사 이름으로 3년 동안 리스로 계약하면 개인이 구매할 때보다 취등록세 등 약 25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월 리스비를 필요 경비로 처리하고 소득세와 법인세까지 절감할 수 있다. 만약 개인사업자가 월 리스비 300만원을 법인 경비로 처리하고 연 소득을 5000만원 줄여 신고하면 소득세, 법인세 등 3년간 5000만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고가 수입차의 경우 회사 대표나 가족들이 주로 사용하고 유류비 등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며 “영국, 일본처럼 리스 비용에 대해 손비 처리 상한선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