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에서 온라인의 거짓 경쟁률 정보로 입시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따라서 대학마다 실시간 경쟁률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전원 수시모집 마감 하루를 앞둔 지난 12일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경희대 의전원에 지원했는데 접수 인원이 580명대”라는 글이 올라왔다. 경희대 의전원의 수시모집 인원은 80명. 의전원 수시는 일반적으로 마감 당일 지원자 절반이 몰리기 때문에 전날 7 대 1을 넘어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후 이 게시글은 의전원을 지원하는 학생들의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한 의전원 준비생은 “이 글을 참조해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게시글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마감일인 13일 오후 3시 경희대 의전원 지원자는 300명을 넘는 수준이었다. 전남대 의전원 수시모집에 지원한 한 학생은 “경희대 경쟁률을 보고 서울지역 경쟁률이 치열할 것 같아 지방대에 지원했다”며 “매년 이런 글로 지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게시판에도 “동문끼리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양심을 버린 사람이 어떻게 의사가 되겠느냐”는 등의 비난성 댓글이 올라왔다.

일부 지원자들은 스누라이프 운영진과 경희대 의전원 측에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거짓 정보를 흘린 지원자는 뒤늦게 게시글을 수정하고 사과글을 올린 상태다.

경희대 관계자는 “일부 지원자가 사건에 대한 문의를 해왔다”며 “당사자가 입학이 결정되고 사건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처벌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대학별 의전원 경쟁률의 실시간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지방대 의전원 관계자는 “눈치싸움이 치열해 지난해부터 경쟁률을 실시간 공개하고 있다”며 “경쟁률 공개가 지원자들의 공정한 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