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다른 우승 메달 수상 > 변현민이 16일 제주 엘리시안CC에서 열린 KLPGA투어 에쓰오일챔피언스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우승 메달을 들고 있다. KLPGA 제공
< 색다른 우승 메달 수상 > 변현민이 16일 제주 엘리시안CC에서 열린 KLPGA투어 에쓰오일챔피언스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우승 메달을 들고 있다. KLPGA 제공
“고생한 엄마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변현민(23·요진건설)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쓰오일챔피언스인비테이셔널(총상금 6억원)에서 2년 만에 KLPGA투어 정상에 올랐다.

변현민은 16일 제주 엘리시안CC 파인·레이크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최종합계 17언더파 199타로 2위 허윤경(현대스위스)을 2타 차로 제쳤다.199타는 2011년 이미림이 세운 대회 최소타 기록을 1타 경신한 스코어다. 2009년 이정은(교촌F&B)이 KLPGA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역대 KLPGA투어 54홀 대회 최소타 신기록(198타)에 1타 모자랐다.

변현민은 2011년 히든밸리여자오픈 우승 이후 2년 만에 프로 통산 2승째를 안았다. 우승 상금은 1억2000만원. 지난달 열린 우리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우승자 허윤경에게 패한 아픔을 깨끗이 설욕했다. 변현민은 중학교 2학년 때 간경화를 앓던 아버지를 잃었다. 이후 어머니와 갖은 고생을 하면서 프로가 됐고 사실상 ‘소녀 가장’이 됐다. 어머니(김금실)는 프로 입문 때부터 줄곧 변현민의 캐디를 맡아왔으나 최근에는 라운드 도중 다리에 쥐가 나는 등 몸이 불편해 쉬고 있다. 가끔 어머니의 눈물을 봤다는 변현민은 “엄마는 한참 울어놓고 나중에 물으면 안 울었다고 한다”며 “우승한 뒤에도 보니까 울먹거리더라”고 말했다. 우승이 확정된 뒤 펑펑 눈물을 흘린 변현민은 “지난달 우리투자증권 연장전에서 패한 뒤 1주일간 매일 18번홀에서 연장전을 치르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변현민은 지난 2년간 스윙 교정을 했다. 그는 “내 스윙의 고질병인 오버스윙에다 다운스윙 시 손이 풀리는 동작을 고쳤다”며 “완벽하게 고칠 수는 없지만 최소화하려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현민은 또 실력을 키우기 위해 갤러리로 남자 대회를 자주 참관한다고 한다. 그는 “4월 발렌타인챔피언십 마지막 날 우승자인 브렛 럼포드를 따라다니며 일정한 루틴과 스트로크로 퍼팅하는 것을 본 뒤 그대로 따라해 퍼팅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최종라운드는 1타 차로 1, 2위를 달리던 변현민과 허윤경의 매치플레이 같았다. 변현민은 이날 4~6번홀과 11~13번홀에서 두 차례 3연속 버디를 낚은 데 힘입어 2타 차 선두로 올라섰다. 허윤경도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내며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으나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12번홀(파3)이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변현민이 3m 버디를 성공시킨 반면 허윤경은 1m 버디를 놓치면서 승부의 추가 변현민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변현민은 13번홀에서 두 번째 샷이 거의 홀에 들어갈 뻔한 이글성 버디를 잡았다.

허윤경은 15번홀(파5)에서 7m 버디를 낚으며 1타 차로 다시 추격의 고삐를 죄었다. 변현민은 1.2m 어려운 파 퍼트를 집어넣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18번홀에서 변현민은 3m 버디 찬스를 만든 반면 허윤경은 그린 우측으로 볼이 벗어나며 마지막 역전의 희망을 날려버렸다. 변현민은 마지막 홀 버디로 대회 최소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양수진이 합계 12언더파로 3위에 올랐다. 3주 연속 우승을 노렸던 김보경(요진건설)은 합계 4언더파로 공동 24위를 했다.

제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