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내 투자금 회수…"어민 피해 없을 것"
◆수산 창업 활성화 기대
수산펀드는 수산 전문 투자운용회사나 엔젤투자 전문회사가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아 양식업 원양업 등 수산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투자회사나 엔젤이 직접 회사를 경영하기보다는 경영 능력과 전문성을 가진 수산 기업에 경영을 맡기는 형태로 운영된다. 펀드 투자자는 투자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이익의 일정 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이상길 해수부 수산 창업 투자지원 TF 팀장은 “수산업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유입시킴으로써 수산업 활성화와 함께 창업과 일자리를 확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산업은 그동안 어민 보호를 이유로 대기업 자금이나 우수 인재의 유입이 차단돼 성장이 멈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수산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에 밀려 외국산 수산물의 국내 점유율은 1998년 31.4%에서 2010년 64.3%로 뛰어올랐다.
반면 국내 어가 인구는 2010년 기준 17만1191명으로 2005년 대비 22.6% 줄었다. 정부는 수산펀드 설립으로 수익성이 높지만 초기 시설 투자비가 많이 드는 참치 등 외해(해안과 접해 있지 않고 수심 35m 이상인 지역) 양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양선단을 꾸려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창업도 증가할 전망이다.
◆투자비 회수 기간 짧다
수산펀드는 정부가 설계한 첫 실물펀드인 선박펀드를 모델로 삼았다. 10년 전 선박펀드 설립을 이끈 주역인 이상길 팀장 등이 수산펀드 설계를 위해 투입됐다. 선박펀드는 펀드 자금으로 건조·매입한 배를 해운 업체에 빌려주고, 이에 대한 임대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펀드다. 선박펀드는 2004년 첫 출시 뒤 9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총 209척의 선박을 건조했다.
수산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금 회수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선박펀드나 부동산펀드 등 실물 펀드의 투자금 회수 기간은 보통 5년 이상인 데 반해 수산펀드는 2~3년 안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가령 양식업에 투자할 경우 치어(어린 물고기)를 키워 시장에 내놓는 기간을 다 합쳐도 2~3년에 불과해 단기간에 회수가 이뤄진다.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수산물 가격 폭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수산물 가격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도 수산펀드 수익 전망을 밝게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앞으로 10년간 세계 수산물 평균 가격이 이전 10년보다 35%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안정적인 펀드 운영만 이뤄진다면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수산펀드로 세워진 회사가 기존 어업인의 터전과 겹칠 경우 반발이 예상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존 어업인과 경합도가 높지 않은 틈새 시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어업인 피해가 없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