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阿 자원외교, '치타세대'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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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경제지원 물량 앞세워 구애
韓은 각 분야별 동반자적 자세로
ODA·수출금융 등 결합전략 필수"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
韓은 각 분야별 동반자적 자세로
ODA·수출금융 등 결합전략 필수"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
한·중·일 공적신용수출기관끼리는 해마다 조촐한 ‘미니 월드컵’을 개최한다. 축구로 서로 우애도 다지고, 업무도 협의할 겸해서 시작한 게 벌써 햇수로 8년이나 됐다. 시합 중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진짜 월드컵 그 이상이다. 동아시아에 각국의 문명이 생긴 이래 쭉 그래왔듯이 세 나라의 숙명적인 라이벌 의식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펼쳐진다. 하기야 최근 한·중·일이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펼치는 ‘신시장 개척전쟁’을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최근 개도국 시장을 둘러싼 중국·일본 최고 지도자들의 광폭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공화국 등 아프리카를 잇달아 방문한 자리에서 5년간 2000억달러의 차관 제공을 통해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질서의 힘을 중국 쪽으로 가져가기 위해 아프리카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석유·가스 등 자원 공급처를 장악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이 내놓은 아프리카 지원 계획도 중국 못지않게 화끈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5차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5년간 아프리카에 3조2000억엔을 지원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최근 아프리카에 퍼진 반(反)중국 정서를 파고들어 일본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원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림수로 읽힌다. 인류 역사가 ‘자원 확보’를 위한 전쟁의 역사였듯이 근자에도 자원의 마지막 보고, 아프리카를 둘러싼 각국의 총성 없는 ‘금권 외교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소비 잠재력까지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인구 10명 중 7명이 30세 미만이며, 출산율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정도 높다. 프랑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인구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경제의 무게중심도 이 지역들로 점점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아프리카 외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에너지·자원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 4일엔 아르만두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을 만나 에너지 자원, 통상·투자, 새마을운동, 공적개발원조(ODA) 등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지구상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에 한국 기업들이 보다 활발히 진출하기 위해서는 금융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부터 자금조달의 계획을 짜는 금융자문·주선 능력이 우리 기업의 해외사업 수주 성패를 결정짓는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해외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발주방식이 ‘선(先) 금융 후(後) 발주’로 바뀌고 있어 금융조달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금리조건으로 대규모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정책금융 역할에 보다 많은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 십여년간 한국이 거둔 대외무역 성과를 돌이켜보면 ‘저 혼자만 잘살겠다’는 식의 정책보다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적 정책, 즉 ‘상생의 정신’이 보다 더 요구된다. 사회적 기반시설이 절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원조자금과 수출금융을 결합한 창의적인 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60년대 초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아프리카보다도 적은 79달러에 불과했다. 그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을 나온 지 불과 50여년 만에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해냈다. 경쟁력 있는 금융지원과 총체적 외교노력, 여기에 국가별 구체적인 진출 정보가 더해질 때만이 우리 수출기업들도 세계시장에서 더욱 선전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술(IT)·모바일기기에 익숙한 아프리카 젊은 층 ‘치타세대’. 아프리카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중국 일본과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강구해야 할 때다.
김용환 < 한국수출입은행장 >
최근 개도국 시장을 둘러싼 중국·일본 최고 지도자들의 광폭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공화국 등 아프리카를 잇달아 방문한 자리에서 5년간 2000억달러의 차관 제공을 통해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질서의 힘을 중국 쪽으로 가져가기 위해 아프리카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석유·가스 등 자원 공급처를 장악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이 내놓은 아프리카 지원 계획도 중국 못지않게 화끈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제5차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5년간 아프리카에 3조2000억엔을 지원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최근 아프리카에 퍼진 반(反)중국 정서를 파고들어 일본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원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림수로 읽힌다. 인류 역사가 ‘자원 확보’를 위한 전쟁의 역사였듯이 근자에도 자원의 마지막 보고, 아프리카를 둘러싼 각국의 총성 없는 ‘금권 외교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소비 잠재력까지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인구 10명 중 7명이 30세 미만이며, 출산율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정도 높다. 프랑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인구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경제의 무게중심도 이 지역들로 점점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아프리카 외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에너지·자원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 4일엔 아르만두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을 만나 에너지 자원, 통상·투자, 새마을운동, 공적개발원조(ODA) 등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지구상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에 한국 기업들이 보다 활발히 진출하기 위해서는 금융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부터 자금조달의 계획을 짜는 금융자문·주선 능력이 우리 기업의 해외사업 수주 성패를 결정짓는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해외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발주방식이 ‘선(先) 금융 후(後) 발주’로 바뀌고 있어 금융조달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금리조건으로 대규모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정책금융 역할에 보다 많은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 십여년간 한국이 거둔 대외무역 성과를 돌이켜보면 ‘저 혼자만 잘살겠다’는 식의 정책보다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적 정책, 즉 ‘상생의 정신’이 보다 더 요구된다. 사회적 기반시설이 절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원조자금과 수출금융을 결합한 창의적인 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60년대 초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아프리카보다도 적은 79달러에 불과했다. 그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을 나온 지 불과 50여년 만에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해냈다. 경쟁력 있는 금융지원과 총체적 외교노력, 여기에 국가별 구체적인 진출 정보가 더해질 때만이 우리 수출기업들도 세계시장에서 더욱 선전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술(IT)·모바일기기에 익숙한 아프리카 젊은 층 ‘치타세대’. 아프리카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중국 일본과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강구해야 할 때다.
김용환 < 한국수출입은행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