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국회의원 남편 "농사로 한해 6억 매출 올립니다"
재야운동·사업·정치 털고 도시농업 사업가 성공 장안식씨(㈜천연농장 대표)

경기도 고양시 일산 대화동 끝자락에는 아파트와 농토가 맞붙어 있다. 고층아파트만 늘어 서 있을 줄 알았던 신도시이지만 이곳에서 고추, 오이 등 작물이 재배되고 다양한 도시농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도시농업은 미소 냉전시대때 쿠바에서 생긴 말입니다. 미국이 쿠바를 봉쇄하자 당시 카스트로는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를 포함 어디든 모든 노는 땅에 경작을 허용하게 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했지만 이것이 쿠바 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죠"

경기도 고양시 일산과 인천 강화 등지에서 도시농업을 하고 있는 ㈜천연농장 장안식 대표(52)는 쿠바가 도시농업을 한 이후 식량문제도 해결됐을 뿐 아니라 쿠바사람들에게 비만이 없어지고 건강이 찾아 왔다고 분석했다.

"그 때 도시농업이 반짝했다가 최근 다시 붐이 일고 있습니다. 농토가 워낙 혹사당하니 미국 유럽 등에서도 도시농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유기농이라고 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 안 사먹게 돼 버린 것이죠"

이런 도시농업은 우리나라에서도 10여년 전부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뤄졌다. 일례로 주말농장이나 텃밭가꾸기 등이다. 또 좋은 먹거리를 유통시키고자 한 소비자운동인 생협(생활협동조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안식 대표는 도시에서 농업을 하자는 취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주주로 참여해 4년전부터 일산에서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사진은 일산 대화동 농장 전경. 가운데 농지에는 고추가 심어져 있으며 주민들이 찾아 와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안식 대표는 도시에서 농업을 하자는 취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주주로 참여해 4년전부터 일산에서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사진은 일산 대화동 농장 전경. 가운데 농지에는 고추가 심어져 있으며 주민들이 찾아 와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주말농장 등은 사업화하는 데 한계가 있고 생협은 유통이지 생산은 아닙니다. 유통의 논리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생산자들이 비용을 투자해서 황폐화된 땅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도시농업이 자리를 잡아 간 것입니다"

장 대표는 도시에서 농업을 하자는 취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주주로 참여해 4년전부터 이곳에서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우선 그에게 황폐화된 도시 땅들을 되살리는 게 급선무였다. 그래서 여러 학습결과 그는 혹사당해 온 땅을 복원하기 위한 미네랄을 개발한다. 지력을 되살리고 농약을 쓰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기재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미네랄은 천연 광물에 포함돼 있는 칼슘, 마그네슘 등 식물과 동물들에게 꼭 필요한 무기영양소다. 장 대표는 바위나 암석에서 그런 영양분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고 실제 그런 연구를 해 온 사람들과 미네랄을 개발했다.
장안식 대표는 일산 근교에만 풍동, 덕이동, 대화동 다 합쳐 4000평 규모의 도시농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천연농장 입구.
장안식 대표는 일산 근교에만 풍동, 덕이동, 대화동 다 합쳐 4000평 규모의 도시농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천연농장 입구.
"아직 많이 공급되지 않았지만 저희 미네랄을 사용해 본 분들은 우리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고 땅이 버틸 수 있었고 몇몇 작물은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도시에서 농약을 치지 않은 작물 재배에 성공했다.

"고춧가루만 4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죠. 미네랄 덕분에 비가 와도 고추가 죽지 않았습니다. 식물에게 자생력이 생긴 것이죠. 땅이 복원되고,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친환경시스템이 만들어 진 것입니다"

복잡한 유통 한계…귀농보다는 도시농업을

그는 귀농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농사를 지어도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게 되면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시 근교에서 도시농업을 해보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대화동에 있는 천연농장 비닐하우스 전경.
경기도 고양시 일산 대화동에 있는 천연농장 비닐하우스 전경.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40대 남성 한 명이 평균 500평 규모를 경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 도시농업을 해보니 부부가 함께 할 경우 1억원 정도의 소득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또 소비자와 가깝기 때문에 유통비용도 따로 들지 않죠. 추후에는 근처의 소비자가 먹을 만큼만 직접 따 가도록 할 수 있습니다"

장 대표는 고추 외에도 오이, 콩나물, 인삼, 더덕 등도 재배하고 있다. 인삼의 경우 인삼새싹 반수경재배법을 특허출원해 언제든 상품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장 대표는 일산 풍동, 덕이동, 대화동에만 다 합쳐 4000평 규모의 도시농업을 하고 있다. 주로 고추를 키우고 고추를 걷으면 오이를 심는다. 그렇게 해서 올해는 매출 6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고추의 경우 주로 예매를 통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또 이곳에서 재배되는 작물들은 병원이나 학교 등의 식자재로도 판매되고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고추재배로만 천연농장은 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장안식 대표>
비닐하우스 안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고추재배로만 천연농장은 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장안식 대표>
그는 "도시농업을 하게 되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게 제일 좋고 능력에 맞는 거래처를 갖는 게 중요하다"며 "2000명 정도에게 공급할 수 있다면 매출 10억원 정도의 회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업과 여의도 정치 떠나 농사꾼으로

장 대표는 농사꾼 출신이 아니다. 그는 고 김근태 의원 참모로 국회에서 일해 왔다. 고향도 서울 토박이다.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았지만 검정고시를 통해 1980년 성균관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당시 시대는 한 청년을 대학캠퍼스에만 머물게 놔두지 않았다. 2학년 우연히 찾게 된 광주에서 5·18 광주민중항쟁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장 대표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그리고 “이를 모른 채 하는 것도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며 학생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부인인 민주당 유은혜 의원(경기 고양 일산동구)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천연농장은 고추, 오이 외에도 고구마, 열무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천연농장은 고추, 오이 외에도 고구마, 열무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후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했던 그는 16대 국회의원 선거때 현 민주당 심재권 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2009년까지 한반도재단 일을 하면서 여의도 정치에 몸을 담았다. 고 김근태 의원 보좌관이었던 아내 유 의원이 정치활동에 본격 나서면서 그는 여의도를 떠나 도시농업을 통한 생활정치에 나서게 된다.

장 대표는 이 일을 하면서 두 가지 분명한 목표가 있다고 했다.

"과 거 운동을 했던 선후배 등 동료들이 어렵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이도 50이 넘어 어디 취직할 곳도 마땅치 않죠. 이제 앞으로 10년을 준비할 때입니다.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수입을 만들고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도시농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크게 보자면 조기퇴직하는 중장년층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 그 대안이 도시농업입니다"

또 하나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라고 했다.

"수시로 적과 동지가 바뀌는 정치판입니다. 아내가 지금 정치를 하지만 4년 뒤에 정치판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가족을 위해 이 일을 준비하는 것이죠. 유 의원이 정치를 잘 하고 돌아 와 할 일이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의도를 떠난 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의 표정과 행동에는 노동의 엄숙함이 묻어나는 여느 농사꾼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