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금융권 "최대주주 인사권 침해" 반발
사외이사 개인별 보수 차등…공시 의무화
하지만 대주주가 뚜렷한 제2금융권 회사까지 임추위를 통해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할 경우 대주주의 인사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기금이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도 정부나 연기금의 경영 간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EO·사외이사 권한 집중 막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은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 관련 공청회를 열고 그동안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논의해온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은 크게 △이사회의 실질적 역할 강화를 통한 경영진·이사회 간 역할·책임 재정립 △사외이사의 주주·공익대표성 강화 △시장의 감시 역할 강화로 구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기금이 사외이사 후보 추천 및 주주대표소송 참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주요 주주로 있는 금융회사의 경우 어느 정도 주주로서 경영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정책·운영실태 등을 자세하게 담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공시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대형 금융회사의 주주제안권과 주주대표소송 요건도 일반 상장기업보다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경영 실패는 주주 손실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연기금 등 주주와 시장이 일정 부분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을 통해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사회는 CEO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거나 기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임추위로 변경해 CEO 후보 추천을 담당해야 한다. 이런 CEO 승계 원칙과 후보 선임 과정을 외부에 자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CEO 등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권한 집중을 견제하는 동시에 사외이사의 권력 비대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이사회는 앞으로 사외이사의 성과나 참여도 등 활동 내용에 맞는 보상체계를 만들어 이를 공시해야 한다. 사회이사 개인별 상세한 연봉내역까지 공시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매년 사외이사의 재신임도 물을 수 있다.
○“연기금 주주권 강화로 관치금융 우려”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그동안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확 바꾸겠다고 한 공언의 결과물이다. 금융위도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각 금융회사가 시장의 감시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공청회에서조차 논란이 뜨거울 정도로 여러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비판을 받은 부분은 선진화 방안을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사 등 제2금융권까지 적용토록 한 점이다. 이 경우 대주주가 명확한 회사도 임추위를 만들어 CEO를 선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주주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외이사들이 CEO를 추천하도록 권한을 주면 대주주의 책임경영이 사라지고 사외이사의 권력만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방영민 삼성증권 부사장은 “금융지주나 은행은 지배주주가 없기 때문에 CEO 선정 과정에서 추천위원회를 거쳐 공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지만, 제2금융권 회사는 대부분 대주주가 있는데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외이사가 주도하는 임추위가 해당 계열사 CEO 선임에 관여하게 되면 대주주의 권한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보험사나 증권사 등) 대주주가 있는 경우 그 대주주는 인사권을 통해 해당 금융 계열사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며 “인사권을 사외이사들에게 주는 게 맞는지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나 은행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 회사의 CEO 선정 과정에서도 낙하산 인사를 막고 최소한의 검증을 하자는 취지”라며 “임추위에 CEO 추천권이 있더라도 결국 선임은 대주주를 포함한 주주들이 하기 때문에 인사권 침해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했다.
연기금의 주주권을 강화하는 것도 자칫 관치금융 논란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 부사장은 연기금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관련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연기금의 입김이 세지고 결국 연기금을 통한 낙하산 인사까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창민/박신영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