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먼저 전화…한·미 '찰떡 북핵공조' 과시
북한이 ‘북·미 고위급 회담’ 카드를 들고 나온 가운데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두고 외교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는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관련국과의 협의를 통해 북한의 대화 공세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대화 국면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북한은 핵 문제를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파견해 중국 설득에 나선다.

◆한·미 동맹 과시하며 대북 공조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전화통화를 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북한의 대미 대화 제의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전화통화로 북한 문제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게 되면, 그 사이에 북한이 핵무기를 더 고도화하는 데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고 말했다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북한이 제안한 북·미 고위급 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은 지난 7~8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이 동북아지역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적극 협력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을 박 대통령에게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밝히면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용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화통화는 오전 11시부터 20분간 이어졌으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차 북아일랜드로 향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중의 숨가쁜 외교전도 예정돼 있다. 당장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회동한다.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1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난다.

이어 27일에는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한 문제는 한·중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제 중 하나로,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내놓을 북한 관련 발언이 주목된다.

◆북, 중 설득 나서

북한은 대중 외교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베이징에서 김 제1부상과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수석)부부장이 참석하는 양국 외교 당국 간 전략대화가 열린다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화 대변인은 “이번 전략대화 진행은 양국 사이의 밀접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쌍방은 양자 관계,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양측이 공동으로 관심을 둔 국제 및 지역 문제와 관련해 깊은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제1부상은 북한의 북핵, 대미 외교를 총괄하는 인물이다. 그의 이번 방중은 북한이 미국에 고위급 대화를 제의한 직후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측에 이번 대화 제안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북미 대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는 당부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용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김 제1부상의 방중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북·중 간 고위급 대화채널을 복원하는 의미도 있다.

조수영/도병욱 기자/베이징=김태완 특파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