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재산 '공짜' 사용 줄인다
#1. 한국철도공사는 철도 주변 국유지 등 5㎢(재산가액 3조1000억원)를 국가로부터 공짜로 빌려 쓰고 있다. 원래 매년 1570억원가량 사용료를 내야 하지만 한국철도공사법 제14조의 국유재산 특례조항 덕분에 전액 면제받고 있다. 이 조항은 ‘공사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2. 한국공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 6510억원에 순이익 1380억원을 올려 9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알짜 기업이지만 한국공항공사법 10조에 따라 활주로 인근 국유지를 공짜로 쓰고 있다. 이를 통해 면제받는 연간 사용료만 25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공짜로 빌려주는 국유재산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일몰 조항 신설 근거를 담은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익법인 등의 필요에 따라 국회에서 국유재산 사용료를 깎아주는 특례 조항을 신설할 때는 반드시 일몰(존속기한) 조항을 두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사용료 감면은 몇 년으로 제한한다’와 같은 규정을 둬 그 기간이 지나면 자동 폐지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사용료를 감면받고 있는 국유재산에 대해서도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특례 조항을 폐지하거나 사용료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몰 기한은 5~10년 정도를 검토하고 있다. 국유재산 사용 계약이 대개 5~10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일몰 기한을 5년으로 정하면 개별 법률에서 국유재산 특례 조항이 생겨나더라도 5년 뒤에는 자동적으로 폐지된다. 물론 재연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기재부가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지만 ‘국유재산=공짜’라는 인식을 깨뜨리기 위한 측면도 크다. 국유재산은 원래 재산 가치의 최대 5%를 사용료로 내고 써야 하는데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사용료를 면제하거나 대폭 깎아주면서 유상 사용 원칙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발효 중인 국유재산 특례조항만 165개 법률에 걸쳐 195개에 달한다. 이를 통해 여의도 면적(2.9㎢)의 30배에 달하는 88.6㎢, 장부가 기준으로 12조2000억원 규모의 국유재산이 무상 또는 저가에 임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올 한 해에만 5145억원의 국유재산 사용료가 감면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특례조항이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것. 현재 국회에는 ‘국유재산 사용료를 깎아 달라’는 의원 입법안만 26건이나 발의돼 있다.

정인권 기재부 국유재산조정과장은 “현재는 일몰 조항이 없다 보니 한 번 특례 규정이 만들어지면 없애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국유재산 특례는 사실상 재정 지원이어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기존 국유재산 특례에 대해서도 일몰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소급 적용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소극적이다. 대신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공짜로 쓰이는 국유재산에 사용료를 물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