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겉모습 비슷해도 철학 정반대…스마트폰 부품·생산과정 모두 공개"
애플처럼 1년에 한 번 신제품을 출시한다. 둥근 모서리 디자인, 타원형 스피커 등 애플 제품의 특징을 베꼈다. 지난해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는 레이쥔 최고경영자(CEO)가 고(故)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폴로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고 나타났다.

‘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얘기다. 지난 14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린빈 샤오미 공동창업자 겸 사장(사진)은 “겉보기에는 비슷할지 몰라도 (폐쇄적인) 애플과 철학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샤오미 혁신의 출발점은 ‘투명성’이며, 어느 제조사보다 자세히 생산과정을 공개해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린 사장은 이날 벤처기업 지원회사 스파크랩 주최로 열린 ‘제1회 넥스트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생산과정 ‘투명성’ 높여 혁신


구글에서 엔지니어링 담당이사를 맡고 있던 린 사장은 2010년 당시 엔젤투자자로 활동하던 레이 CEO와 함께 샤오미를 공동 설립했다. 2011년과 지난해 8월 중국 시장에 ‘미원’ ‘미투’ 단 2대의 스마트폰을 내놓았을 뿐인데 지난해 매출이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판매 대수도 719만대에 이른다.

지난 1분기(1~3월)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2.6%로 삼성전자(17.7%)나 애플(9.7%)에 뒤지지만 스마트폰 업계의 ‘앙팡테리블’로 주목받는 이유다. 린 사장은 “중국 시장은 ‘짝퉁’에 대한 소비자 의심이 상당히 크다”며 “모든 생산과정을 낱낱이 공개하기로 한 전략을 세운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샤오미가 공개하는 내용은 부품, 공급망관리(SCM) 정보까지 다양하다. 린 사장은 “모바일 칩셋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00, 배터리는 LG전자라는 식으로 모든 부품을 출시 전부터 공개한다”며 “미원의 패널을 샤프에서 도시바로 바꿨을 때도 공지할 정도로 다른 회사에서 ‘기밀정보’로 취급하는 SCM까지 공개한다”고 말했다.

◆올해 1500만대 판매 계획

린 사장은 “나아가 소비자 의사를 제품에 반영한다”며 “한 차례의 지연도 없이 매주 금요일 5시면 소비자 피드백을 모아 안드로이드 기반의 자체 운영체제(OS) ‘미유아이(MIUI)’를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 높은 마진을 기록했던 PC가 오늘날 누구나 사용하는 보편적 기기가 되고 오히려 구글 등 소프트웨어 기업이 높은 프리미엄을 누린다”며 “점점 중요해지는 소프트웨어를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예상 판매대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넘게 높여 잡은 1500만대다. 린 사장은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팔린 휴대폰 4억대 중 1억8000만대가 스마트폰이었고, 올해는 2억5000대에서 3억대에 달할 것으로 본다”며 “두 달 전 대만과 홍콩에 진출했지만 중국 시장이 워낙 커 당분간 다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넥스트 콘퍼런스를 둘러보며 국내 벤처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눈 그는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 관심은 높아지는 추세”라며 “샤오미도 IDG 테마섹홀딩스 등 글로벌 투자사에서 투자받았다”고 했다. 린 사장은 “하지만 중국에서 기업을 세우려면 여전히 행정서류에 100개의 도장을 받아야 하는 등 중국 정부는 아직 스타트업 친화적이지 않다”며 “한국은 규제를 풀어 스타트업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