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에디슨중앙센터 개소…유비쿼터스 실험시대 활짝
서울대 화학과 실험시간. 실험 도구는 보이지 않는다. 교수와 학생이 가운도 입지 않았다. 책상마다 컴퓨터만 놓여 있다. 실험실에 들어서는 학생들마다 어딘가에 접속하느라 분주하다. 신석민 교수의 설명에 따라 실험이 시작됐다. 이론 교육에 이어 ‘분자 모델링 시뮬레이션’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입력 값을 바꿀 때마다 다른 실험 결과가 모니터에 나타난다. 이론을 눈으로 확인한 학생들의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라도 실험을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실험실 시대가 열렸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원장 박영서)은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 받아 첨단 사이언스·교육 허브를 구축하는 ‘에디슨(EDISON)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사업은 이공계의 연구 성과물을 기반으로 교육·연구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 대학생이나 산업체 연구원이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실험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다. 참여자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자유롭게 올리거나 실행할 수 있게 설계했다. 실험실에 가지 않아도, 최신 장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정확한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슈퍼컴퓨터와 초고속연구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구현이 빠르고 안정적이다. KISTI는 에디슨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지난해 2월 에디슨중앙센터(센터장 조금원·사진)를 열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

이 같은 시도는 이공계의 연구활동을 크게 촉진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신 연구 성과를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데다 이론 중심의 교육을 받은 이공계 대학생들이 산업계 진출 후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문제점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금원 센터장은 “이공계 인재들이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다양한 연구와 아이디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ISTI 에디슨중앙센터 개소…유비쿼터스 실험시대 활짝
에디슨 사업이 제공하는 실험 분야는 전산열유체(전문센터장 김종암 서울대 교수)와 나노물리(전문센터장 신민철 KAIST 교수), 계산화학(전문센터장 신석민 서울대 교수)이다. 3개 전문응용분야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70여종과 콘텐츠 40여종이 탑재돼 있다.

‘에디슨 사업’이 시작되면서 이공계 학생과 연구원들의 실험·실습 풍경도 바뀌고 있다. 서울대와 KAIST, 연세대 등 국내 31개 대학에서 3986명이 에디슨 시스템에 접속, 91개 교과목을 학습했다. 시뮬레이션 수행은 5만여건에 이른다. 에디슨 사업을 통해 특허 8건이 등록, 출원됐다. 논문도 국내외에서 21편이 발표됐다. 이 중 국제저널(SCI)급 논문이 8편에 달한다. 에디슨 시스템에서 개발된 시뮬레이션 분석기술을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 이전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에서도 제품설계 등에 필요한 값비싼 외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대신에 국산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KISTI는 향후 에디슨 플랫폼을 전산열유체와 계산화학, 나노물리, 구조동역학, 전산설계 등 다양한 이공계 교과목으로 확대, 서비스할 계획이다. 플랫폼과 포털시스템 인프라를 강화하고 커뮤니티 활성도 추진한다. 이 같은 계획이 완성되는 2016년에는 전국 100개 이상의 대학에서 6만여명의 이공계 대학(원)생이 에디슨 시스템을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