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증시 등 신흥국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추세 전환까지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많은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대한 '매수' 전략을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4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포트폴리오 전략 보고서에서 "국가 경제여건(펀더멘털) 측면에서 글로벌 수요 개선에 대한 노출도(익스포저)가 크지만 금리 상승에 영향을 덜 받는 종목을 선호한다" 며 "국가별로는 한국 시장 매수, 호주와 필리핀, 홍콩 시장 매도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시장에선 현대차를 선호 종목으로 꼽았다.

메릴린치도 "신흥국 증시의 경우 가치 대비 주가(밸류에이션)가 싸고 투자자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매력적" 이라며 "그러나 미국의 조기 양적완화 축소가 발생할 경우 신흥국 국채와 증시 모두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증시에 대한 '매수' 의견을 내놓았지만 시장 관점이 '매도'에서 '매수'로 바뀌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의 전략은 단기간에 급락했던 부분에 대한 기술적 반등을 기대하는 해석" 이라며 "추세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전날(17일)까지 3조4972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달 중 2거래일을 제외하곤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별로는 이달 중 미국계 자금이 1조2000억 원 빠져나갔다. 영국계 순매도 자금은 1조 원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이어 프랑스(3000억 원), 케이만제도(1500억 원), 독일(1000억 원), 룩셈부르크(1000억 원) 순이다.

외국인 순매도는 이달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의견이 나온 뒤 거세졌다. JP모건은 지난 7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의 저하가 예상된다며 목표가를 기존 210만 원에서 190만 원으로 낮췄다. 보고서가 나온 후 삼성전자 주가는 11% 폭락해 150만 원대에서 135만7000원(13일 저가)까지 밀렸다.

임 연구원은 "이달 들어 외국인 자금이 단기간에 많이 빠져나가 향후 일시적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면서 "외국인의 본격적인 전환은 원화 환율 등 외환 변동성이 안정을 찾고 경기회복 우려가 해소된 다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