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능’으로 통하는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학위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공교육의 대안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IB 학위는 영국과 미국 아이비리그,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 전 세계 대학에서 인증하는 졸업 증서다. 1960년대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만들어진 시험으로 한국의 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카고, 휴스턴 등 미국 전역에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상대로 한 공립학교가 IB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유치, 바람직한 공교육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3년 미국 내 503곳에 불과하던 IB 프로그램 도입 학교는 현재 1651곳으로 늘었다. 이 중 공립학교가 1493곳으로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미국 공립학교에는 수년간 저소득층 자녀들이 몰리면서 효율적인 교육 방식을 놓고 깊이 고민해왔다. 중산층 이상 자녀들은 대부분 사립·기숙학교를 택했고, 공립학교의 대학 진학·졸업률은 해마다 곤두박질쳤다. 브라이언 돌 휴스턴 노스라인초등학교 교장은 “절실하게 변화를 원했고, 그래서 택한 게 IB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재학생의 97%는 무료급식 대상자이고 75%가량은 영어를 배우기에도 급급한 학생들이었다. IB 프로그램으로 교육 기법을 바꾼 뒤 변화가 생겼다. 올해 과학능력 평가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은 학생은 84%. 2008년 65%에 비해 크게 늘었다. 실제로 시카고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IB 학위를 마친 학생들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일반 교육을 받은 학생에 비해 40% 이상 높았다.

교육 관계자들은 IB 프로그램이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는 데 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파하는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개인과 그룹 단위의 학생들이 총 6과목의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국제적인 이슈를 주요 논쟁거리로 삼는다. 또 제2외국어는 필수 과목 중 하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