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철도 E&M 사업 '가속도'…김포도시철도 차량·시스템 2000억에 수주
현대로템이 전동차 제작사업에 이어 철도 운행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인 신호·통신시스템(E&M)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대형 사업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

현대로템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김포도시철도사업에 필요한 경전철(그림) 46대를 제공하고 철도 E&M을 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18일 발표했다.

김포도시철도사업은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김포공항역까지 총 23.61㎞의 노선에 정류장 9곳, 차량기지 1곳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건설공사비 등을 합한 총 사업비는 1조6553억원이다. 현대로템은 이 가운데 2018년 11월부터 운행 예정인 무인경전철과 시스템을 따냈다. 수주액은 2000억원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2017년까지 전동차 제작과 무인운전 신호시스템 등의 설치를 마칠 계획”이라며 “시험가동을 거친 뒤 2018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M은 철도 운행에 필요한 열차 관제와 승객 안내 시스템 등을 말한다. 전동차가 하드웨어라면 E&M은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최근 전 세계 철도 발주처들은 철도 차량을 제작하는 계약뿐 아니라 E&M과 유지보수(O&M) 사업을 한데 묶어 발주하는 추세다. 독일 보슬로, 이탈리아 안살도 등 글로벌 철도 제작사들도 E&M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기준 전 세계 철도 E&M 시장 규모는 569억유로(약 86조원)에 달한다.

현대로템은 2004년 서울시 9호선에 들어가는 E&M 설비를 수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메트로에 350억원어치의 E&M 설비를 수주해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현대로템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E&M에 관한 연구개발(R&D)에 나설 계획이다. 또 E&M과 철도 O&M 사업을 맡는 전담부서를 만들고 연간 5000억원 수준인 이 분야 수주액을 2020년까지 2조원대로 키울 예정이다. 철도차량 분야에서는 2017년까지 ‘글로벌 빅5’ 진입이 가능한 5% 수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앞으로 전체 매출 중 절반을 E&M에서 벌어들이는 게 목표다. 현대로템 고위 관계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3월 말 임원회의에서 철도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고 수출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로템은 19일 뉴질랜드 웰링턴시 산하 공기업인 GWRL에 전동차 70대(약 1300억원)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