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삼성 파헤치기' 가세…왜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해외 언론이 삼성전자를 파헤치는 기사를 경쟁적으로 싣고 있다. JP모건의 비관적 리포트로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한 데 이어 외신까지 나서 삼성에 부정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삼성 측은 과거 일방적으로 비판 일색이던 외신 보도가 2010년 이후 점차 중립적,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상 커지며 심층 보도 늘어

18일자 FT는 ‘한국이 재벌에게 노동자의 건강 위험에 대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기사를 한 면에 걸쳐 내고 삼성전자의 불산 누출 사고를 자세히 보도했다. FT가 ‘기업과 시장’ 섹션이 아닌 본지의 한 면을 할애해 특정 기업 문제를 다룬 건 이례적이다.

FT는 “정부 조사에서 삼성전자가 1934건의 규정 위반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썼다. 아울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독점규제 위반을 조사하고 있으며, 중국에선 아동 노동 위반으로 곤란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FT는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유방암으로 사망한 김모씨를 사례로 들며 “삼성은 근로자 건강을 위해 매년 1조원을 쓴다고 밝혔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작년 12월 김모씨 사망이 삼성전자 근무와 관련 있다고 결론내렸다”고 지적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다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 씨와 관련해선 부친인 황상기 씨의 인터뷰까지 실었다.

같은 날 WSJ도 “여성 대통령의 탄생에도 한국의 여성 임원 승진은 제한적”이란 기사에서 삼성 사례를 앞세웠다. KT의 여성 임원인 송정희 SI(시스템통합) 부문장 사례를 들어 “송 부문장은 1980년대 삼성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남자 직원에게 동료로 인정받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JP모건 보고서로 촉발된 스마트폰 갤럭시S4에 대한 비관적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로이터는 “유럽 등에서 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줄고 있는 데다 갤럭시S4의 제품 매력도 부족하다”며 “월 1000만대의 판매량이 월 500~700만대로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18일 WSJ도 “갤럭시S4는 똑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다른 회사 스마트폰과 비교해 차별화하기 힘들다”며 “은하계(갤럭시)의 별이 갈수록 줄어들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외신, 삼성 주목도 높아져

외신이 삼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오래된 얘기다. 국내 언론이 급부상하는 중국 기업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주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FT는 과거 유럽 시각에서 삼성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이 아시아에서 금융위기 가능성이 가장 높아’(2009년 10월6일) ‘한국,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2009년 10월14일)등의 기사를 써 정부가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 폄하 분위기는 점차 바뀌고 있다는 게 삼성 측 판단이다. 2010년 한국이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내고, 지난해 삼성이 애플을 꺾으면서 한국 기업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과거 외신은 주로 삼성 제품에만 관심을 보여왔는데 최근엔 그룹의 역사와 오너십 등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지난해 8월31일 한 면을 털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조명하며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74년 전 회사를 세울 때 손자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애플) 수장과 대등하게 협상테이블에 앉을 것이라 예상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또 지난 13일자 칼럼에서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신은 국내 언론만큼 삼성 내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6월 최지성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CEO)가 미래전략실장으로 이동하자 일부 외신이 ‘Samsung CEO steps down(삼성전자 CEO가 물러나다)’이라고 쓴 게 대표적이다. 삼성그룹 구조상 미래전략실장이 된 건 사실상 영전이지만, 물러났다고 쓴 것이다.

노경목/김현석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