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두 달간 논의 끝에 엊그제 소위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금융회사에 파견하고, 사외이사들로 CEO·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토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 매년 외부평가를 통해 사외이사의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소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낙하산 인사를 막고, 사외이사가 거수기가 되거나 자기권력화하는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명분이다.

아마 있지도 않은 아이디어를 짜내다보니 결국 여기까지 다다랐을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금융위의 소위 선진화 방안을 보면 대체 무엇을 선진화한다는 것인지부터 알 수가 없다. 정부가 관리하는 연기금의 의결권을 강화해 사외이사를 파견한다는 방안은 정부의 전방위적 금융 지배력을 무한 확장하는 수단이 될 뿐이다. 주인이 분명한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조차 은행처럼 주인 없는 회사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사외이사가 제2금융권 CEO·임원까지 추천한다면 대주주의 경영권은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가. 가뜩이나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다는 게 사외이사 제도다. 사외이사 재신임도 정부 입맛대로를 정당화하는 논리일 뿐이다. 누가 누구를 평가하고 교체한다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결국 관치(官治)의 제도화로 흘러갈 가능성이 100%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흔히 황제경영을 꼽거나 대리인이 주인 행세를 하는 주인·대리인 문제를 지적한다. 그러나 관치 관행과 낙하산 인사야말로 대리인 문제의 본질이다.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금융회사 CEO를 금융당국이 갈아치우고, 금융지주 회장이나 유관기관장 자리를 모피아들이 독식하는 판이다. 그러고도 경제수석은 “좋은 관치도 있다”고 하고, 금융위원장은 인사 개입은 없다고 부인한다.

문제의 핵심은 관치와 낙하산 관행에서 찾아야 마땅하다. 그것이 아닌 어떤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도 변죽만 울리는 꼴이 되고 만다. 주인없는 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 회사까지 관치를 하자고 드니 이 나라는 누구의 나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