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판매 대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조만간 ‘비전통적’ 정책을 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 5월 유럽연합(EU)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위스의 자동차 판매 대수가 전년동기 대비 5.9% 하락한 104만대를 기록, 199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지난 3월까지 18개월 연속 하락하던 자동차 판매 대수는 4월 반등했지만 5월 다시 하락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의 자동차 판매 대수가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각각 9.9%, 10.4%, 8% 하락했다. 최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영국은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EU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의 소비심리를 냉각시킨 탓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실업률은 4월에 12.2%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젠 샤트너 매쿼리 애널리스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사람들이 차를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 경제가 활로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드라기 총재는 이날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가진 연설에서 “ECB는 유로존 경제 회복을 위해 금리완화 등 전통적 통화정책은 물론 ‘비전통적’ 정책을 동원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ECB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담보로 은행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