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업구조 개혁 바람…한국엔 투자 기회"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이 글로벌 에너지 가격에 다소 영향을 미칠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시아 신흥국들의 원유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중동 산유국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리즈 마틴 HSBC 선임 이코노미스트(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의 셰일오일 개발의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 외 지역에서도 셰일오일 개발에 나선다면 중동 산유국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원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산업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틴 이코노미스트는 “설사 유가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라는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걸프협력회의(GCC) 정부들은 8000억달러 이상의 외화자산을 가지고 있어 적자재정 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 의존도를 줄이고 10%를 웃도는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제조업 등으로 산업 다변화 정책에 나서고 있다. 석유 산업은 자본집약적이라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틴은 “아랍의 봄을 통해 중동 국가들이 미래를 위한 장기적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이들 정부의 산업구조 개혁에 대한 정치적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전했다. 산업 다변화를 위해 중동 산유국들은 2조달러가 넘는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주택, 학교, 병원 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라크와 리비아는 발전소, 도로 등 기본적인 기반시설조차 갖추지 못해 인프라 수요가 크다”며 “한국 기업들에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마틴은 “중동의 금융시장도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두바이나 카타르 등의 채권시장은 리스크는 낮은 반면 수익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두바이의 부동산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그는 “아랍의 봄 이후 두바이는 정치적인 혼란으로부터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택을 중심으로 부동산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