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할당조건 달면 경쟁사도 LTE-A 중단해야"…SKT·LGU+ "KT 기존 주파수 놀리며 또 할당"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19일 미래창조과학부의 주파수 할당 방식에 반발하며 ‘투명한 재논의’를 요구하는 등 21일 공청회를 앞두고 통신사 간 신경전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KT는 “조건 없이 1.8㎓ 인접 대역을 할당하지 않으면 경쟁사들도 하반기 선보일 롱텀에볼루션-어드밴스트(LTE-A)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경영상 오판을 특혜로 만회하려는 속셈”이라며 “KT의 인접 대역 할당은 앉아서 두 배의 속도를 누리는 과도한 특혜”라고 맞받았다.

◆KT “경쟁사들 LTE-A 중단하라”

KT는 이날 경쟁사들이 적용 중인 주파수부하분산기술(MC)과 주파수집성기술(CA)을 통해 선보일 LTE-A 서비스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미래부에 제출했다. CA는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을 묶어 하나처럼 쓰는 기술로, 기존보다 두 배 빠른 최대 150Mbps의 속도를 구현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르면 이달 중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KT도 1.8㎓ 외에 900㎒ 대역을 LTE 보조 주파수로 갖고 있지만 무선인식전자태그(RFID), 무선전화기 등과의 전파 간섭 문제로 MC와 CA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는 “경쟁사들은 광대역과 같은 품질의 LTE-A를 제공할 계획이면서 발목잡기 식으로 KT의 LTE 광대역 서비스를 지연시키려고 한다”며 “경쟁사들도 KT가 준비될 때까지 LTE-A 서비스 개시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SKT·LGU+ “KT의 생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미 할당받은 주파수로 서비스를 추진하는 것과 신규 주파수 할당을 연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A는 LTE 등 무선 네트워크의 핵심 기술로, 수년간의 기술 개발을 통해 LTE-A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며 “KT의 주장은 주파수 전략 실패 등 경영상 오판과 준비 미흡을 정부 특혜로 만회하려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T는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때 3분기 내에 CA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지난주에는 CA 서비스를 위해 미래부에 ‘중요통신설비 설치승인’을 신청하는 등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주파수를 가장 많이 보유한 KT는 LTE-A를 서비스할 여건을 갖추고도 1.8㎓ 인접 대역을 받아 손쉽게 경쟁사를 제압하기 위해 이를 철저히 숨기고 있다”며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놀리고 있는 KT에 주파수를 추가로 할당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인접 대역 할당은 KT에 7조원 이상의 부당한 특혜를 주고, LG유플러스를 심각한 경쟁 열위로 몰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8㎓ 할당 조건이 변수될 듯

미래부는 현재 다섯 가지 할당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시절 만든 1~3안 외에 2개 안을 추가로 마련했다. 1~2안은 KT 인접 대역을 뺀 1.8㎓ 대역 1개 블록과 2.6㎓ 대역 2개 블록을 할당한다. 3안은 KT 인접 대역을 포함해 1.8㎓와 2.6㎓에서 각각 2개 블록을 경매한다. KT는 3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1안을 선호한다.

미래부는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자 4, 5안을 만들었다. 4안은 KT에 인접 대역을 할당하면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광대역화가 가능하도록 조율하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5안은 1안과 3안을 동시에 경매에 올려 경매 대가가 높은 안을 선택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KT가 인접 대역을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쟁사들이 출혈 경쟁을 벌여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담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매에 KT 인접 대역이 포함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KT가 ‘경쟁사의 LTE-A 중단’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것도 할당 조건을 자사에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KT 관계자는 “인접 대역 할당에 서비스 시기나 지역 등 조건을 붙이는 것은 LTE 사업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며 “이는 도시와 농촌 간 이용자 차별을 유발하고 투자 경쟁을 저해해 소비자의 편익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21일 공청회와 다음주 자문위원회를 거쳐 주파수 경매방안을 확정한 뒤 8월 중 경매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