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의 말이 시장에서 공허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값싼 말만 늘어놓는 ECB’란 제목의 기사에서 드라기 총재를 정면 비판했다. 18~19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입에 집중된 상황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WSJ가 드라기 총재에 대해 이같이 꼬집은 이유는 최근 들어 그가 어떤 말을 해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기 총재는 18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기회복을 위해서라면 비(非)전통적 통화정책을 추가로 동원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의 위상이 지난해 9월 “유로존 내 재정위기국의 3년 이내 단기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시장을 진정시켰던 당시만큼 높았다면, 그의 발언에 시장은 분명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유럽 증시는 보합에 그쳤다. 영국 FTSE100지수와 독일 DAX30지수의 상승 폭은 각각 0.69%, 0.17%에 머물렀다. 프랑스 CAC40은 0.08% 하락으로 마감됐다.

WSJ는 “ECB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한 이후 드라기 총재가 경기부양책에 대해 말을 많이 했지만 실질적인 행동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Fed의 출구전략이 임박한 가운데 ECB의 구두 개입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로존 회원국의 지원 사격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드리안 밀러 GMP증권 채권투자전략가는 “드라기 총재는 회원국 정부에 책임을 떠넘긴 것 외에는 한 일이 없다”며 “지난 6일 ECB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사실상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은 데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