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공포장이었다. 손절매 매물이 나와도 두려움에 선뜻 채권을 살 수 없었다.” (A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

채권 금리가 20일 급등(채권 가격 급락)했다. 전날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양적완화의 축소 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은 패닉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0.13%포인트 급등한 연 2.94%로 뛰어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0.13%포인트 올라 출발한 3년물 금리는 오후 한때 0.18%포인트까지 폭등하며 연 2.99%까지 치솟았지만 장 막판 상승 폭을 다소 줄였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0.14%포인트 오른 연 3.16%, 10년물은 0.17%포인트 상승한 연 3.41%, 20년물은 0.15%포인트 오른 연 3.56%에 각각 마감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예상과 반대로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 채권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외국인들은 국채 선물 시장에서 손절매 및 현물 헤지(위험 회피) 목적으로 이날 1만1307계약을 순매도하면서 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 채권 값 추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일부 기관이 손절매성(性) 매물을 내놔 금리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외국인들이 국채 선물 시장에서만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조만간 현물도 매도하면서 채권 시장 수급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운용팀장은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연 3.0%가 이날 강한 지지선으로 작용했지만 투자 심리가 붕괴돼 있어 미국 금리가 앞으로 며칠간 더 오르면 연 3.2%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외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금리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단기적으론 연 2.9%대를 유지하겠지만 한 달 정도 지나면 안정되면서 연 2.7% 선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열/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