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연중 최저 1850…"출구 후유증 1~2개월 지속…1800선 지지"
‘버냉키 쇼크’가 20일 국내 주식시장을 강타,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치 수준인 1850.49로 내려앉았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2% 급락했다. 이날 하락으로 코스피지수는 청산가치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마저 밑돌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이 불가피해 본격적인 반등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유럽 재정위기처럼 금융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만큼 주가가 속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통신 음식료 같은 전통적인 경기 방어주보다는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주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이 많았다.

◆“1~2개월간 외국인 매도 불가피”

코스피 연중 최저 1850…"출구 후유증 1~2개월 지속…1800선 지지"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이다. 금리가 싼 미국 일본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한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했던 외국인이 우르르 빠져나갈 경우 수급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신흥시장에 풀렸던 캐리트레이드는 앞으로 1~2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지속적으로 이탈할 것”이라며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는 8월까지 외국인이 ‘팔자’ 우위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캐리트레이드는 통상 금리가 싼 선진국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비싸거나 투자기회가 많은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외국인 주식 매도는 불가피하지만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량을 대거 내놓으면 외국인 스스로도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형진 도이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안에 9조원대의 한국 주식을 팔아야 하는 뱅가드 매물 이슈가 다음달이면 종료되는데, 이후에도 외국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당분간 외국인의 매수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동성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로드맵이 이번에 제시됐기 때문에 급격한 외국인 이탈은 당장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 1800선은 지킬 것”

외국인 자금 유출이 국내 증시에 악재인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현 수준에서 주가가 크게 뒷걸음질치기도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코스피지수로 1860 수준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여서 그 밑은 절대적인 저평가 구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비율(PER)로 봤을 때도 8배 수준에 불과, 실적 대비 주가가 매력적이란 평가다.

이 부사장은 “주식투자 기대수익률이 8%를 넘는데 은행이자는 2.8% 정도밖에 안 된다”며 “주식에 과도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지적했다. 주식투자 리스크를 감안해도 은행 이자보다 2~3% 정도 높은 게 정상인데, 지금은 그 두 배가 넘어 시장에서 주식을 과도하게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도 “10여년 전 카드사태 때 코스피 PBR이 0.95배 수준이었는데, 당시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아무리 많이 빠져도 1800선은 지킬 것으로 본다”고 했다.

IT·자동차 등이 대안

적극적인 시장 대응이 어려운 만큼 당장은 적극적인 매수도, 투매성 매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투자대안으로는 그나마 대형주 수출주가 꼽힌다. 상반기 내내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추후 외국인이 다시 돌아올 때 가장 먼저 매수 타깃이 될 수 있어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수주와 중소형주는 그동안 과열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하락장에서 낙폭이 클 수 있다”며 “주가가 싸고 실적도 잘 나오는 IT와 자동차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오 팀장은 “자동차 등 그동안 엔저 피해주로 인식됐던 업종과 종목이 2분기 실적시즌에 들어서면 부각될 수 있다”고 했고, 김 센터장은 “실적이 뒷받침되는 SK하이닉스 LG전자 등 IT주나 LG유플러스 호텔신라 등 방어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망에 화답하듯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은 보합으로 마감했다.

한편 이 부사장은 “방어주는 상반기 내내 주가 방어를 너무 잘해 주가가 오히려 높고, 경기민감주는 계속 부진해 일부는 과도하게 싼 가치주 영역에 들어섰다”며 “지금은 숲을 보기보다 나무를 보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개별 기업을 분석,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재광/강지연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