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한 방 대신 '총알' 여러 발…리스크 줄여야 기회도 잡는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선박이 있다. 수평선 위로 갑자기 시커먼 해적선이 솟아오른다. 그런데 배 안엔 화약이 별로 없다. 화약이라는 화약은 모두 긁어 모아 커다란 대포알 하나를 만든다. 선장은 신중한 조준 끝에 대포를 발사하지만, 포탄은 해적선을 한참 비껴난 곳에 떨어지고 만다. 유유히 다가온 해적들은 배를 약탈하고 사람들 모두를 수장시켜 버리고 말았다.

누구나 선장을 비웃을 것이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대포알 하나로 올인하기보다는 총알부터 몇 개 만들어 쏘아야 했다고 말이다. 첫 번째 총알이 50m 벗어났다면 두 번째 총알은 10m로 근접할 테고, 아마 세 번째나 네 번째 총알은 해적선을 맞힐 것이니, 그 다음 비로소 대포를 발사해야 한다고 말이다. 상식적이고 당연한 얘기다.

상식은 비즈니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성공을 위해서는 혁신이 요구되지만, 문제는 비용과 실패의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결국 성공이란 리스크를 줄이면서 지속적인 혁신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문제는 ‘어떻게’ 그걸 해내느냐는 것이고, 답은 대포 한 방보다는 작은 총을 여러 번 쏘라는 것이다.

픽사(Pixar)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조지 루카스로부터 픽사를 인수할 당시 이 회사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던 회사였다. 3차원(3D)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가 픽사의 주력 상품이었다. 소프트웨어 판매가 저조하자 뭔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잡스는 곧바로 신상품 개발에 뛰어들지 않았다.

대신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한 작은 실험들을 여러 번 시도했다. 그중 하나가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만들 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만든 첫 작품이 광고 애니메이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전구가 바뀐 스탠드였는데, 현재까지도 픽사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됐다.

여러 전문가들의 호평에도 소프트웨어 판매는 여전히 늘어나지 않았다. 픽사는 다시 조금 더 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이번엔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수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자신감이 붙은 잡스는 본격적인 장편 애니메이션 개발에 도전했고, 이렇게 추진된 첫 프로젝트가 토이스토리였다. 토이스토리는 단편 애니메이션의 성공 노하우를 적용해 만든 최초의 장편 3D 애니메이션이었다. 디즈니의 2D 애니메이션에 식상했던 관객들은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에 열광했고, 픽사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를 팔지 않아도 됐다.

이후 픽사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작은 실험들을 먼저 해보는 것을 시스템으로 정했다. 장편 애니메이션 한 편을 제작하기 전에 반드시 열 개의 단편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픽사는 ‘총부터 쏴보기’ 전략을 통해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자. 커피 전문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스타벅스다.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는 그곳이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커피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파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성공적인 콘셉트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닌 것 같다. 스타벅스를 창립한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그리고 미국에도 이런 커피전문점을 만든다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이탈리아 전통 커피전문점을 열었다. 바리스타에게 나비 넥타이를 매게 하고, 스피커로는 오페라 음악이 흘러나오게 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매출이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전면적인 사업 전환과 같은 모험을 택하지는 않았다. 그대신 총알을 계속 쏴보면서 사업 아이템을 조금씩 개선시켜 나갔다. 슐츠가 쏜 총알은 라테 상품에 고객 불만이 높아지자 라테 종류를 다양하게 늘려주는 식이었다. 반복되는 총알 중에는 실패도 있었지만, 여러 작은 성공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고유한 콘셉트를 만들어내고, 소비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만 있다면 대포 한 방으로 모든 게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총알을 쏴봐야 안다. 대포를 쏴도 좋겠다는 충분한 확인을 하고 난 뒤에 전적으로 자원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그것이 불확실성 하에서 반복적인 성공을 이뤄내는 성공방정식이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