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중국 개혁·개방의 이정표 역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삼성전자와 중국 당교(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가 함께 진행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3년 간 433명의 차세대 지도자들이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이들은 삼성을, 신경영을 배우고 중국에 돌아가 정치·경제·사회·문화에 이를 도입했죠. 신경영은 오늘 날 중국의 개혁, 개방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서 38년 간 근무한 서보강(徐寶康, 쉬바오캉) 전 대기자는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20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해 "(중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삼성에게 배운다"며 이같이 말했다.
◆ "신경영, 중국 개혁·개방에 모범답안 제시"
10년 동안 한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던 그는 이건희 회장의 주요발언을 모아 만든 '신경영' 중국어판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 전 기자가 번역한 책자는 1995년 12월 당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에게 선물로 전달됐다.
강 주석은 숙소였던 신라호텔 스위트룸에 놓여있던 이 책을 독파하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던 이 회장 발언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 중국 정부는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엘리트 기관인 당교 학생들을 삼성전자에 보내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당교의 교장은 현재 중국을 이끌어가는 지도자 시진핑 주석이었다. 시 주석 역시 이미 10여년 전 삼성을 찾아 신경영을 배웠다는 게 그의 설명.
서 전 기자는 "삼성은 이미 13년 전부터 오늘날 중국 지도부로 부상한 인재들과 강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며 "당시 삼성을 방문해 신경영을 배우고 이해했던 사람들이 오늘날 중앙정부의 장관, 차관, 성장, 서기 등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시진핑 주석부터 중국 관리까지 한국과 삼성에 대해 너무 많이 잘 알고 있어서 놀랐다"며 "우리가 더 잘해야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 전 기자는 삼성이 중국 지도부와 이런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던 근간으로 이 회장의 '인재 제일주의'를 꼽았다. 내부에서의 인재 양성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인재 또는 미래의 인재들과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
삼성과 신경영을 이해한 인재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중요한 자리에 올라가면서 신경영 철학을 각국의 사정과 정서에 맞게 발전해 나갔다고 서 전 교수는 말했다.
그는 전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은 중국이 개혁·개방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제공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방법을 알려준 것이 바로 신경영.
서 전 기자는 "이 회장이 강조했던 품질경영이 중국에 시사점을 던졌다"며 "양적 성장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중국 사회에 질 경영은 새로운 정답을 줬다"고 역설했다. 이 정답을 통해 중국의 개혁·개방이 성공할 수 있었고 오늘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신경영의 근간을 이루는 '인간미'와 '도덕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서 전 기자는 "신경영은 사람을 꽉 쥐고, 모든 것을 사람 중심으로 한다는 데 그 생명력이 있다"며 "중국이 경제대국을 넘어 인류사회에 공헌하겠단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미와 도덕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 "'사람 욕심' 인재 제일주의 신경영 핵심 DNA"
이날 김성수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신경영의 핵심 DNA를 인재제일주의로 봤다. 김 교수는 "사람에 대한 욕심은 세계에서 제일 강할 것"이라고 했던 이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삼성은 창업 이래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대전제의 경영철학을 구현하는 데 전력했다"고 설명했다. 인재제일 경영의 사례로는 S급 인재 관리, 열린 채용, 차세대 리더양성, 지역전문가 과정 등을 들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이 어떻게 신경영 이후 강한 브랜드와 제품을 갖춘 기업으로 변신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패러독스 경영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송 교수는 "이 시스템은 거대하지만 빠른 조직, 경쟁적 협력, 일본식과 미국식 경영 장점을 따온 하이브리드 방식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신경영 이후 삼성은 획기적인 생산성 증대와 기술혁신, 경영노하우 확산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며 "앞으로는 공유가치 경영, 소비자와의 상생경영을 통해 창조 생태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국내외 최고 석학들이 모여 삼성 신경영을 연구해 발표한 자리였다. 신경영의 실체와 삼성 성공요인을 배우려는 교수와 학생, 기업체 임원 및 간부들이 몰려 7백여 자리를 가득 메웠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서 38년 간 근무한 서보강(徐寶康, 쉬바오캉) 전 대기자는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20일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해 "(중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삼성에게 배운다"며 이같이 말했다.
◆ "신경영, 중국 개혁·개방에 모범답안 제시"
10년 동안 한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던 그는 이건희 회장의 주요발언을 모아 만든 '신경영' 중국어판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 전 기자가 번역한 책자는 1995년 12월 당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에게 선물로 전달됐다.
강 주석은 숙소였던 신라호텔 스위트룸에 놓여있던 이 책을 독파하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던 이 회장 발언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 중국 정부는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엘리트 기관인 당교 학생들을 삼성전자에 보내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당교의 교장은 현재 중국을 이끌어가는 지도자 시진핑 주석이었다. 시 주석 역시 이미 10여년 전 삼성을 찾아 신경영을 배웠다는 게 그의 설명.
서 전 기자는 "삼성은 이미 13년 전부터 오늘날 중국 지도부로 부상한 인재들과 강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며 "당시 삼성을 방문해 신경영을 배우고 이해했던 사람들이 오늘날 중앙정부의 장관, 차관, 성장, 서기 등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시진핑 주석부터 중국 관리까지 한국과 삼성에 대해 너무 많이 잘 알고 있어서 놀랐다"며 "우리가 더 잘해야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 전 기자는 삼성이 중국 지도부와 이런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던 근간으로 이 회장의 '인재 제일주의'를 꼽았다. 내부에서의 인재 양성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인재 또는 미래의 인재들과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
삼성과 신경영을 이해한 인재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중요한 자리에 올라가면서 신경영 철학을 각국의 사정과 정서에 맞게 발전해 나갔다고 서 전 교수는 말했다.
그는 전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은 중국이 개혁·개방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제공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방법을 알려준 것이 바로 신경영.
서 전 기자는 "이 회장이 강조했던 품질경영이 중국에 시사점을 던졌다"며 "양적 성장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중국 사회에 질 경영은 새로운 정답을 줬다"고 역설했다. 이 정답을 통해 중국의 개혁·개방이 성공할 수 있었고 오늘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신경영의 근간을 이루는 '인간미'와 '도덕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서 전 기자는 "신경영은 사람을 꽉 쥐고, 모든 것을 사람 중심으로 한다는 데 그 생명력이 있다"며 "중국이 경제대국을 넘어 인류사회에 공헌하겠단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미와 도덕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 "'사람 욕심' 인재 제일주의 신경영 핵심 DNA"
이날 김성수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신경영의 핵심 DNA를 인재제일주의로 봤다. 김 교수는 "사람에 대한 욕심은 세계에서 제일 강할 것"이라고 했던 이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삼성은 창업 이래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대전제의 경영철학을 구현하는 데 전력했다"고 설명했다. 인재제일 경영의 사례로는 S급 인재 관리, 열린 채용, 차세대 리더양성, 지역전문가 과정 등을 들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이 어떻게 신경영 이후 강한 브랜드와 제품을 갖춘 기업으로 변신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패러독스 경영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송 교수는 "이 시스템은 거대하지만 빠른 조직, 경쟁적 협력, 일본식과 미국식 경영 장점을 따온 하이브리드 방식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신경영 이후 삼성은 획기적인 생산성 증대와 기술혁신, 경영노하우 확산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며 "앞으로는 공유가치 경영, 소비자와의 상생경영을 통해 창조 생태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국내외 최고 석학들이 모여 삼성 신경영을 연구해 발표한 자리였다. 신경영의 실체와 삼성 성공요인을 배우려는 교수와 학생, 기업체 임원 및 간부들이 몰려 7백여 자리를 가득 메웠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