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켈러 "이건희 회장 '신경영' 통해 창조적 영감 줬다"

브랜드 마케팅 분야의 대가인 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학 교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창조적인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켈러 교수는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2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신경영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영자로서 이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이라는 공식화되고 코드화된 개념으로 임직원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켈러 교수와의 일문일답.

▷ 삼성과 특별한 인연이 있나.

"5년 전 삼성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친분을 쌓았고, 마케팅팀 직원들과도 개인적 인연이 있다."

▷ 삼성에 대해서 패스트팔로워(1등을 뒤쫓는 2등)라는 일부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보나.

"그런 시각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공정한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삼성은 특별하고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왔다. 유통기업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패스트 팔로워의 전형적 모델과는 다르다. 오히려 혁신적인 기업이다. 과거 한때 패스트팔로워로 불렸을 수 있지만 더 이상은 적용되지 않는다."

▷ 한국에서는 삼성의 가장 큰 약점으로 재벌의 지배구조를 꼽기도 한다.

"지배구조와 관련한 건 나의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삼성이라는 조직은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다. 더 나은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 삼성이 P&G나 코카콜라와 같은 마케팅회사가 될 수 있을까. 갤럭시 성공을 통해 마케팅 회사로 발전할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코카콜라는 제품이 변하지 않는다. 삼성은 오히려 자동차 회사인 BMW나 벤츠 같은 곳과 비교할 수 있다. 기술 기반 회사이면서 동시에 마케팅에도 힘을 쏟는 회사들 말이다. 애플이나 인텔 같은 IT 회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가지고 강력한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어떻게 팔지 고민했다는 얘기다."

▷ 이건희 회장의 경영자적 리더십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공통점은 창의적인 영감을 통해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회장도 마찬가지다. 신경영을 통해 조직이 하나가 되도록 만들었다. 이 회장은 앞의 경영자들보다 좀 더 공식화, 코드화 된 형태로 영감을 불어넣어줬다."

▷ 삼성이 성공한 비결은 상명하달식의 군대같은 조직에 있다. 최근 삼성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 중이다. 삼성 같은 조직에서 이런 모델이 성공할 것으로 보나.

"물론 도전적인 일이 되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포드는 '링컨'이라는 자동차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를 자동차 본거지인 '디트로이트'가 아닌 자유로움의 상징인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성공했다. 삼성의 장점은 이미 여러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를 다루어봤고, 사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 삼성을 비롯해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급부상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보나.

"구성원들이 세계 수준의 태도와 정신, 야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이 길을 터줬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현대나 다른 기업도 그 뒤를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세계 표준은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모든 활동에 이 표준을 적용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