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충격'으로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 이탈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커져 한국 증시는 수급 충격뿐 아니라 펀더멘털 악화까지 더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0일 중국의 6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전월 보다 1.3%포인트 낮은 48.3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 49.1에 못 미치는 수치다.

중국 PMI지수는 중국 및 전 세계 제조업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당분간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부진한 7.7%에 그쳤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에 소극적인 모습" 이라며 "대외적으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점은 다행이지만 주요 수출 대상 지역인 유로존의 수요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에 취약한 전 세계 신흥국의 투자 매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벤 버냉키의 연내 출구전략 가능성 발언 이후 높아진 신흥국의 자금 이탈 위기감을 부채질 한다는 것이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선 이날까지 11일 연속 외국인 매도 행렬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국내 산업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급뿐 아니라 펀더멘털 측면에서 국내 증시는 발목 잡힐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부정적인 경제 전망은 펀더멘털 차원에서 국내 증시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 이라며 "중국 경기 둔화의 우려를 받고 있는 화학, 철강 등 중간재 산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은 브라질, 러시아 등 다른 신흥국에 비해 경제의 근간이 우수해 미국 양적완화 축소 여파가 덜할 가능성이 있으나 여전히 외부 악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식음료 등 중국 내수 관련주는 주목해볼 만하다는 분석도 있다.

박 연구원은 "중국 내수 시장의 경우 국내 기업들이 중국 및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긴다면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구조" 라며 "중국 내수 관련주는 1분기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악재 탓에 조정을 거친 만큼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