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몇 년 만에 가장 많은 상담 전화를 받은 것 같습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저가 매수 타이밍이 언제일지를 묻는 고객들이 꽤 많았다는 것이죠.”(신한은행 PB센터장)

‘버냉키 충격’이 이틀째 이어지자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서둘러 자금을 빼면서 주가가 더 곤두박질치는 악순환에 빠진 모습이다.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21일 기준으로 -6.84%다. 해외주식형펀드의 같은 기간 손실률도 평균 9.53%에 달했다.

하지만 주식에 추가로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주가지수가 상승하면 수익을 내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리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평소 하루 거래량이 2000만건 안팎인 KODEX레버리지 ETF의 경우 지난 이틀간 9000만건 이상 거래됐다.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비교적 빠른 속도로 반등해온 학습 효과에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워낙 많이 쌓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어 당분간 약세장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비교적 분명한 양적완화 축소 일정을 내놨기 때문에 그 충격이 오히려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롱쇼트펀드(가격이 오를 것 같은 종목을 매수하고 내릴 것 같은 종목을 공매도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금 등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달러표시 한국기업채권 △북미지역 고위험ㆍ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 등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재테크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이 답변을 내놨다.
"내 돈은 어디에"…투자 '視界 제로'
길 잃은 투자자 어떻게…일문일답
"수익 난 펀드는 환매 후 재가입…주가하락 오래가지 않을 것"

Q. 향후 국내 증시 전망은.

[1] 당분간 추가 하락하겠지만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국내 증시를 뒤흔드는 외국인들이 출구전략을 갖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며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불가피하지만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용구 대신증권 상품컨설팅부 팀장은 “주식, 채권, 환율 등 모든 자산이 약세인 만큼 일부 자산을 현금화해 유동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제한적인 하락세로 판단한다”고 했다.

Q. 손실난 신흥국 펀드 손절매해야 하나.

[2]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신흥국의 채권형펀드만 놓고 보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지금이라도 손절매하는 전략이 낫다”고 말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도 “채권형 펀드는 기본적으로 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값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상품”이라며 “금리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환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투자부적격 등급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의 경우 높은 이표금리로 수익을 끌어올리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폭이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원희 KDB대우증권 PB클래스서울파이낸스센터장은 “신흥국 펀드에서 일부 수익이 났거나 손실폭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면 지금 시점에서 국내 주식형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Q. ‘대세’였던 가치주·배당주·중소형주펀드, 차익 실현해야 하나.

"내 돈은 어디에"…투자 '視界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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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진 현대증권 자산컨설팅센터 연구위원은 “상반기에는 그동안 고수익을 낸 펀드들을 일단 환매하고 시장이 안정된 뒤 다시 가입하는 적극적인 위험관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정장 이후에 대형주가 주도할지, 중소형주가 다시 두각을 나타낼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Q. 증시 침체기 틈새 상품을 추천한다면.

[4] 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은 “국내 상장기업들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성장주펀드보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가 유리하다”고 했다. 김수경 신한금융투자 PWM분당센터장은 “주가가 박스권 하단을 이탈했다는 점에서 원금보장형 ELS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염상섭 우리투자증권 GS타워광역PB센터장은 “기대 수익이 낮아지면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많이 편입한 메자닌 형태의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완제 팀장은 “시장 예측이 어려운 국면이기 때문에 절대수익추구형 펀드나 인컴펀드 등 안정성이 높은 상품 위주로 전략을 짜는 게 좋다”며 “달러 강세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화 표시 한국기업채권, 북미 하이일드펀드도 유망하다”고 소개했다.

Q. 국고채 장기물에서 손실이 났는데 어떻게 하나.

[5] 당분간은 채권을 팔 때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 채권 금리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외국인 채권 투자가 단기물에 집중돼 있어 이들이 빠져나가도 장기물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2~3년 뒤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매도 기회가 있고 금융소득 분리과세 혜택이 있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TX 동양 동부 등 개인들이 많이 투자한 ‘BBB’ 등급 회사채에 대해선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같은 그룹 계열사라도 기업마다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르다”며 “각 기업의 자산가치를 살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Q. 토빈세가 폐지된 브라질 국채는 유망한가.

[6] 강지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Fed가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 남미 지역에서 외국인 자금이 계속 이탈하고 있다”며 “특히 브라질은 외국인 비중이 높아 이탈 자금의 규모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빈세 폐지는 자국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을 붙잡기 위한 조치인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물가 상승뿐만 아니라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브라질 채권 가격이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Q. 금 등 원자재값이 많이 떨어졌는데, 관련 펀드에 가입할 시점인가.

[7] 이석진 동양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달러화 강세 공포에 급락했던 원자재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고 있다”며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실물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추가로 급락할 위험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은의 경우 “그동안 고평가됐던 데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므로 하락폭을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귀금속을 제외한 다른 원자재 가격은 당분간 박스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에 베팅하는 DLS에 가입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Q.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야 하나.

[8]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지만 서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정걸 국민은행 재테크팀장은 “일단 국고채 수익률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중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다만 올해까지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변동금리형 대출을 쓰고 있더라도 당장 고정금리형으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조재길/안상미/조귀동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