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포털 최강자' 네이버 규제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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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인터넷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슈퍼 갑(甲)’으로 불리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인터넷 검색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광고주와 콘텐츠 제공자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린다거나 신생 벤처의 아이디어를 베껴 벤처 생태계 발전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NHN은 부동산114, 부동산1번지 등 부동산 정보업체들로부터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 유통에 뛰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했다고 비판받고 있고, 오픈마켓 업체들과도 쇼핑 수수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벤처업계는 NHN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보다 ‘벤처 베끼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는 NHN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는 혐의를 두고 지난달 NHN 사옥에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해 NHN은 “네이버의 높은 검색 점유율은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결과”라며 “인터넷은 회사 규모가 아니라 서비스의 품질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무한 경쟁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앱을 통해 바로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검색 점유율이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김상헌 NHN 대표는 “모바일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게임을 할 때는 ‘카카오톡’을, 야식으로 치킨을 먹고 싶을 땐 ‘배달의 민족’ 앱을 켠다”며 “모바일에선 NHN이 1위 사업자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NHN은 또 시야를 넓혀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인터넷 서비스 경쟁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구글은 세계 검색시장의 93%를 점유하고, 페이스북과 아마존이 각각 SNS 회원 수와 연간 상거래 금액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찬성 - 인터넷 검색시장 73% 독점…중소 콘텐츠 제공社에 ‘甲질’
어떤 상품의 공급에 있어서 셋 이하의 회사가 시장점유율 75%를 차지하면 과점이라 한다. 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독점 상황이라고 본다.
네이버는 인터넷 검색 시장을 완전 독점했다. 단일 사업자로 시장점유율 75%를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 산업이 그러하듯 독과점 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거나 높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시장의 독과점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기존 사업자의 투자여력을 감쇄시키기 때문이다.
2010년 1월 한국 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65.3% △다음 19.5% △네이트 8.91% △구글 1.75% 등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013년 5월 현재 점유율은 △네이버 72.8% △다음 21.3% △네이트 1.6% △구글 2.8% 등이다.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이 3년 만에 7.5%포인트 늘어났고, 독과점 확대 공세로 3위 사업자 네이트의 사업기반을 무너뜨렸다. 모바일 검색 시장도 같은 상황이다. 2011년 5월 54.8%의 모바일 검색 시장을 점유한 네이버는 2013년 1월에는 74%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모바일에서 네이버는 인터넷보다 훨씬 빠르게 ‘검색’ 독점을 공고히 하는 중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더 많은 이용자가 자신의 편의에 따라 네이버를 선택하는 것인데, 그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반론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정보와 검색이 곧 돈으로 이어지는 포털사업 메커니즘이 자리 잡고,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등 사업 규모가 확장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창조사업자 사업모델 베껴…벤처 생태계의 발전 막아
특히 여론의 독과점으로 미디어 혼란을 가져오고, 여론 조작과 통제가 가능해지는 사회적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국회의 의무다.
네이버가 검색 시장을 독과점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 콘텐츠 업체, 중소 광고업체, 중소 부동산업체 등 중소기업 혹은 1인 창조사업자에 과도한 비용 인상을 요구해 사업을 포기하게 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심지어 해당 업체의 사업 모델을 빼앗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모두 전형적인 ‘갑의 횡포’다. 따라서 네이버의 우월적 시장지배 위치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사전 안전장치 마련을 고민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의무다.
최근 3년간 포털 3사의 광고검색 매출을 비교해 보면, 검색 독과점으로 인한 네이버의 우월적 지위가 얼마나 공고한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네이버의 인터넷검색광고 매출은 약 8433억원으로 포털 3사 총 매출의 79% 비중을 차지했다. 2012년 기준으로 네이버의 인터넷검색 광고 매출은 1조487억원으로 2년 사이 20% 이상 성장했다. 포털 3사 매출 비중은 82%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2위 포털사업자인 다음은 답보를 거듭하다 못해 매출과 점유율에서 모두 후퇴(2010년 1796억원·17%→2012년 1730억원·13%)했고, SK컴즈(네이트)는 일부 성장했으나 전체 시장에서 유의미한 규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독과점한 검색점유율을 기반으로 검색광고 시장에서 독야청청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검색 독과점이 부른 매출 증가의 이면에는 ‘검색 결과의 폐쇄성’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등을 통한 ‘검색어 조작’ ‘여론 조작’ 등이 자리하고 있다.
네이버는 아쉽게도 이러한 부분에서 어느 정도 사업적 용인을 하고 있다는 게 여론과 언론의 평가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 역시 법제 정비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특정 사업자들은 검색운영의 폐쇄성을 이용해 어뷰징 등 불법행위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하고 있고,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더 많은 방문자 확보를 필요로 하는 미디어가 기사로 이를 재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폐쇄적인 실시간 검색어 기준과 미디어의 뷰어십을 위한 기사 재생산은 네이버 검색조작, 여론조작을 가능하게 하는 연결고리다.
돈만 주면 어뷰징을 통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해주는 곳은 TV나 보도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그럼에도 현재 네이버는 공적 투명성 강화나 서비스 개선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네이버는 “이용자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 결국 불법 어뷰징은 사업적 필요에 의해 근절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근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가 조작’의 한 방법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여론 조작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인터넷 공간은 표현의 자유의 ‘보고(寶庫)’다. 누구든 헌법이 보장한 테두리와 법률이 규정한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국가는 개인의 의사표현에 대해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 때문에 이러한 인식과 원칙에서 네이버에 대한 합리적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때로는 마치 ‘인터넷을 규제하자’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실시간 검색순위 조작 의혹…여론통제 우려 갈수록 커져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터넷 규제와 부가통신사업자(인터넷 포털 등 기타사업자 등을 지칭하는 법률용어)의 과도한 독과점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는 문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네이버의 사업기반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다수의 이용자다. 국민 대다수가 네이버를 이용함으로써 만들어지는 트래픽과 검색어 통계가 네이버에는 거대한 수익이 된다. 네이버 수익의 원천인 검색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과 내용은 충분한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검색, 통계 등에 대해서는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독과점 사업자가 국민 다수가 이용함으로써 만들어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사업자와 1인 창조업체들에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해선 안 된다.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 >
반대 - 급변하는 인터넷서비스 시장…점유율만으로 규제 신중해야
자동차 공회전이란 자동차 시동을 켠 채로 차를 대기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는 올해 1월1일부터 서울시 전역을 자동차 공회전 제한 지역으로 지정했다. 휘발유나 가스 차량은 3분, 경유 차량은 5분 초과 공회전 시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단 기온이 5도 이하이거나 25도 이상일 경우에는 10분으로 제한된다. 이는 주정차 시 공회전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최대 인터넷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에 대해 불공정 거래 의혹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국회와 정부에서도 ‘시장지배적사업자’ 개념을 적용하고 ‘검색사업자법’ ‘네이버법’ 등을 제도화해 NHN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PC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70%를 웃돌면서 일부 언론에서도 ‘검색시장 독점’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 그리고 일부 언론이 NHN을 압박하며 네이버 규제를 추진하는 모습은 규제가 어렵고 어찌보면 의미도 없는 인터넷의 속성을 벗어난 것이다. 자칫하면 자동차 공회전처럼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시장 구분 불가능…독점 여부 판단 어려워
그렇다면 네이버 규제가 불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답을 하자면 네이버에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정 등의 규제를 적용하려면 먼저 ‘시장’을 정의해야 하는데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시장 획정이 사실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첫째,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성격이 아직 정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획정의 가장 첫 단계인 서비스의 실체를 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만약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특정 서비스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다고 해도 동태적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인터넷 서비스 혁신의 폭이 크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시장을 정의하거나 불법적인 독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둘째,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는 양면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가격 정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대체재 선택 행태를 알아보기 위한 대표적인 시장 획정 방법론인 SSNIP(small but significant non-transitory increase in price) 검정법을 사용할 수 없다.
셋째,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서비스 수요를 전환할 때 그 전환 비용이 매우 낮아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쉽고 기존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컨대 인터넷 이용자는 여러 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해서 손쉽게 가격과 상품을 비교하고 여러 신문사의 인터넷신문을 옮겨가며 읽을 수 있다.
넷째,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는 한 사업자가 복수의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는 마치 소비자가 대형마트에 가서 필요한 여러 상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것과 같다. 이런 시장을 군집시장(cluster market)이라고 부른다. 군집시장에서는 서비스별로 시장을 획정할 것인지 아니면 사업자가 제공하는 복수의 서비스를 하나의 군집상품으로 봐 시장을 획정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그런데 군집시장에 포함되는 서비스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터넷 포털 서비스를 1S-4C(search·communication·community·content·commerce)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군집상품으로 규정했다. 1S-4C를 모두 제공하는 사업자로 포털시장의 범위를 획정해 NHN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규정하면서 불공정 거래를 제재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이런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법원의 입장은 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특성상 개별 서비스별로 시장점유율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어설픈 개입으로 기술혁신 발목 잡으면 안돼
동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획정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특히 자의적 기준에 근거한 사전적, 선험적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획정은 동태적인 인터넷 시장의 변화를 고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왜곡된 시장 획정을 고착화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재의 단순한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정부가 섣부르게 네이버를 규제할 경우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동태적 진화와 기업의 혁신 활동에 제약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법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콜라스키에 따르면 동태적 기술혁신이 있는 시장에서 정부는 높은 시장점유율이 실제 반경쟁적 행위의 결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반경쟁적 행위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는 제1종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또 실제 반경쟁적 행위에서 기인했음에도 반경쟁적 행위에서 기인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제2종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제2종 오류는 시장에 내재된 자기교정 과정이 잘 작동하면 저절로 치유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정부의 어설픈 개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제1종 오류를 최소화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필요에 의해 인터넷서비스 시장을 사후 규제할 경우에도 정부는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제1종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소극적인 접근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운전자가 공회전이 연료를 절약하는 길이라는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지만 사실은 과도한 공회전은 자동차 엔진에 해를 입히고 에너지 낭비나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 인터넷은 자동차 공회전 제한 지역과 같고 성급한 네이버 규제는 불필요한 공회전과 같다. 불필요한 규제의 시동은 당장 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성철 <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
읽을 만한 자료
▷ 두 얼굴의 네이버: 네이버는 어떻게 우리를 지배해 왔는가(김인성 저/ 2012년 09월)
▷ 포털의 사회적 책임, 현재와 미래 / 김종훈 (KISO저널.통권4호 (2011.Spring))
▷ 인터넷공간의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 인터넷과 포털 규제에 대한 쟁점과 대안 /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한국언론정보학회, 2008)
인터넷 검색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광고주와 콘텐츠 제공자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린다거나 신생 벤처의 아이디어를 베껴 벤처 생태계 발전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NHN은 부동산114, 부동산1번지 등 부동산 정보업체들로부터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 유통에 뛰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했다고 비판받고 있고, 오픈마켓 업체들과도 쇼핑 수수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벤처업계는 NHN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보다 ‘벤처 베끼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최근 정치권에서는 NHN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는 혐의를 두고 지난달 NHN 사옥에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해 NHN은 “네이버의 높은 검색 점유율은 이용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결과”라며 “인터넷은 회사 규모가 아니라 서비스의 품질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무한 경쟁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앱을 통해 바로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검색 점유율이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김상헌 NHN 대표는 “모바일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게임을 할 때는 ‘카카오톡’을, 야식으로 치킨을 먹고 싶을 땐 ‘배달의 민족’ 앱을 켠다”며 “모바일에선 NHN이 1위 사업자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NHN은 또 시야를 넓혀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인터넷 서비스 경쟁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구글은 세계 검색시장의 93%를 점유하고, 페이스북과 아마존이 각각 SNS 회원 수와 연간 상거래 금액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찬성 - 인터넷 검색시장 73% 독점…중소 콘텐츠 제공社에 ‘甲질’
어떤 상품의 공급에 있어서 셋 이하의 회사가 시장점유율 75%를 차지하면 과점이라 한다. 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독점 상황이라고 본다.
네이버는 인터넷 검색 시장을 완전 독점했다. 단일 사업자로 시장점유율 75%를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 산업이 그러하듯 독과점 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거나 높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시장의 독과점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기존 사업자의 투자여력을 감쇄시키기 때문이다.
2010년 1월 한국 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65.3% △다음 19.5% △네이트 8.91% △구글 1.75% 등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013년 5월 현재 점유율은 △네이버 72.8% △다음 21.3% △네이트 1.6% △구글 2.8% 등이다.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이 3년 만에 7.5%포인트 늘어났고, 독과점 확대 공세로 3위 사업자 네이트의 사업기반을 무너뜨렸다. 모바일 검색 시장도 같은 상황이다. 2011년 5월 54.8%의 모바일 검색 시장을 점유한 네이버는 2013년 1월에는 74%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모바일에서 네이버는 인터넷보다 훨씬 빠르게 ‘검색’ 독점을 공고히 하는 중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더 많은 이용자가 자신의 편의에 따라 네이버를 선택하는 것인데, 그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반론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정보와 검색이 곧 돈으로 이어지는 포털사업 메커니즘이 자리 잡고,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등 사업 규모가 확장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창조사업자 사업모델 베껴…벤처 생태계의 발전 막아
특히 여론의 독과점으로 미디어 혼란을 가져오고, 여론 조작과 통제가 가능해지는 사회적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국회의 의무다.
네이버가 검색 시장을 독과점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 콘텐츠 업체, 중소 광고업체, 중소 부동산업체 등 중소기업 혹은 1인 창조사업자에 과도한 비용 인상을 요구해 사업을 포기하게 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심지어 해당 업체의 사업 모델을 빼앗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모두 전형적인 ‘갑의 횡포’다. 따라서 네이버의 우월적 시장지배 위치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사전 안전장치 마련을 고민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의무다.
최근 3년간 포털 3사의 광고검색 매출을 비교해 보면, 검색 독과점으로 인한 네이버의 우월적 지위가 얼마나 공고한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네이버의 인터넷검색광고 매출은 약 8433억원으로 포털 3사 총 매출의 79% 비중을 차지했다. 2012년 기준으로 네이버의 인터넷검색 광고 매출은 1조487억원으로 2년 사이 20% 이상 성장했다. 포털 3사 매출 비중은 82%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2위 포털사업자인 다음은 답보를 거듭하다 못해 매출과 점유율에서 모두 후퇴(2010년 1796억원·17%→2012년 1730억원·13%)했고, SK컴즈(네이트)는 일부 성장했으나 전체 시장에서 유의미한 규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독과점한 검색점유율을 기반으로 검색광고 시장에서 독야청청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검색 독과점이 부른 매출 증가의 이면에는 ‘검색 결과의 폐쇄성’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등을 통한 ‘검색어 조작’ ‘여론 조작’ 등이 자리하고 있다.
네이버는 아쉽게도 이러한 부분에서 어느 정도 사업적 용인을 하고 있다는 게 여론과 언론의 평가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 역시 법제 정비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특정 사업자들은 검색운영의 폐쇄성을 이용해 어뷰징 등 불법행위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하고 있고,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더 많은 방문자 확보를 필요로 하는 미디어가 기사로 이를 재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폐쇄적인 실시간 검색어 기준과 미디어의 뷰어십을 위한 기사 재생산은 네이버 검색조작, 여론조작을 가능하게 하는 연결고리다.
돈만 주면 어뷰징을 통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조작해주는 곳은 TV나 보도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그럼에도 현재 네이버는 공적 투명성 강화나 서비스 개선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네이버는 “이용자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 결국 불법 어뷰징은 사업적 필요에 의해 근절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근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가 조작’의 한 방법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여론 조작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인터넷 공간은 표현의 자유의 ‘보고(寶庫)’다. 누구든 헌법이 보장한 테두리와 법률이 규정한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국가는 개인의 의사표현에 대해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 때문에 이러한 인식과 원칙에서 네이버에 대한 합리적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때로는 마치 ‘인터넷을 규제하자’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실시간 검색순위 조작 의혹…여론통제 우려 갈수록 커져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터넷 규제와 부가통신사업자(인터넷 포털 등 기타사업자 등을 지칭하는 법률용어)의 과도한 독과점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는 문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네이버의 사업기반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다수의 이용자다. 국민 대다수가 네이버를 이용함으로써 만들어지는 트래픽과 검색어 통계가 네이버에는 거대한 수익이 된다. 네이버 수익의 원천인 검색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과 내용은 충분한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검색, 통계 등에 대해서는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독과점 사업자가 국민 다수가 이용함으로써 만들어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사업자와 1인 창조업체들에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해선 안 된다.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 >
반대 - 급변하는 인터넷서비스 시장…점유율만으로 규제 신중해야
자동차 공회전이란 자동차 시동을 켠 채로 차를 대기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는 올해 1월1일부터 서울시 전역을 자동차 공회전 제한 지역으로 지정했다. 휘발유나 가스 차량은 3분, 경유 차량은 5분 초과 공회전 시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단 기온이 5도 이하이거나 25도 이상일 경우에는 10분으로 제한된다. 이는 주정차 시 공회전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최대 인터넷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에 대해 불공정 거래 의혹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국회와 정부에서도 ‘시장지배적사업자’ 개념을 적용하고 ‘검색사업자법’ ‘네이버법’ 등을 제도화해 NHN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PC에 이어 모바일에서도 70%를 웃돌면서 일부 언론에서도 ‘검색시장 독점’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 그리고 일부 언론이 NHN을 압박하며 네이버 규제를 추진하는 모습은 규제가 어렵고 어찌보면 의미도 없는 인터넷의 속성을 벗어난 것이다. 자칫하면 자동차 공회전처럼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시장 구분 불가능…독점 여부 판단 어려워
그렇다면 네이버 규제가 불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답을 하자면 네이버에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정 등의 규제를 적용하려면 먼저 ‘시장’을 정의해야 하는데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시장 획정이 사실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첫째,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성격이 아직 정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획정의 가장 첫 단계인 서비스의 실체를 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만약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특정 서비스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다고 해도 동태적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인터넷 서비스 혁신의 폭이 크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시장을 정의하거나 불법적인 독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둘째,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는 양면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가격 정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대체재 선택 행태를 알아보기 위한 대표적인 시장 획정 방법론인 SSNIP(small but significant non-transitory increase in price) 검정법을 사용할 수 없다.
셋째,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서비스 수요를 전환할 때 그 전환 비용이 매우 낮아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쉽고 기존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컨대 인터넷 이용자는 여러 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해서 손쉽게 가격과 상품을 비교하고 여러 신문사의 인터넷신문을 옮겨가며 읽을 수 있다.
넷째,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는 한 사업자가 복수의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는 마치 소비자가 대형마트에 가서 필요한 여러 상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것과 같다. 이런 시장을 군집시장(cluster market)이라고 부른다. 군집시장에서는 서비스별로 시장을 획정할 것인지 아니면 사업자가 제공하는 복수의 서비스를 하나의 군집상품으로 봐 시장을 획정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그런데 군집시장에 포함되는 서비스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터넷 포털 서비스를 1S-4C(search·communication·community·content·commerce)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군집상품으로 규정했다. 1S-4C를 모두 제공하는 사업자로 포털시장의 범위를 획정해 NHN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규정하면서 불공정 거래를 제재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이런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법원의 입장은 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특성상 개별 서비스별로 시장점유율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어설픈 개입으로 기술혁신 발목 잡으면 안돼
동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획정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특히 자의적 기준에 근거한 사전적, 선험적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획정은 동태적인 인터넷 시장의 변화를 고려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왜곡된 시장 획정을 고착화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재의 단순한 시장점유율을 근거로 정부가 섣부르게 네이버를 규제할 경우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동태적 진화와 기업의 혁신 활동에 제약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법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콜라스키에 따르면 동태적 기술혁신이 있는 시장에서 정부는 높은 시장점유율이 실제 반경쟁적 행위의 결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반경쟁적 행위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는 제1종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또 실제 반경쟁적 행위에서 기인했음에도 반경쟁적 행위에서 기인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제2종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제2종 오류는 시장에 내재된 자기교정 과정이 잘 작동하면 저절로 치유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정부의 어설픈 개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제1종 오류를 최소화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필요에 의해 인터넷서비스 시장을 사후 규제할 경우에도 정부는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제1종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소극적인 접근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운전자가 공회전이 연료를 절약하는 길이라는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지만 사실은 과도한 공회전은 자동차 엔진에 해를 입히고 에너지 낭비나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 인터넷은 자동차 공회전 제한 지역과 같고 성급한 네이버 규제는 불필요한 공회전과 같다. 불필요한 규제의 시동은 당장 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성철 <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
읽을 만한 자료
▷ 두 얼굴의 네이버: 네이버는 어떻게 우리를 지배해 왔는가(김인성 저/ 2012년 09월)
▷ 포털의 사회적 책임, 현재와 미래 / 김종훈 (KISO저널.통권4호 (2011.Spring))
▷ 인터넷공간의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 인터넷과 포털 규제에 대한 쟁점과 대안 /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한국언론정보학회,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