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다] "슈퍼리치, 외화정기예금 선호…이자보다 환차익"
국민은행의 김성학 명동스타PB센터장은 우리나라 PB(Private Banking) 1세대다. 고액 자산가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고 컨설팅을 해주는 PB업무가 최근엔 보편화돼 있지만 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금융권에선 낯선 용어였다.

김 센터장은 지금은 국민은행과 합병한 한국장기신용은행에서 1994년 PB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장기신용은행 서울 청담점 이름은 가계신용특화점포. PB라는 용어가 거의 쓰이지 않을 때라 ‘가계신용특화’라는 어려운 용어가 사용된 것. 김 센터장은 이처럼 오랜 PB경험이 바탕이 돼 2011년 12월에 문을 연 명동스타PB센터의 책임자가 됐다.

명동스타PB센터는 인근 대기업의 오너인 고객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때문에 이들이 명동스타PB센터에 맡긴 금융자산만 1인당 수백억원에 이른다. 오너들이 직접 오는 경우는 드물다. 이들의 자산관리를 해주는 대리인들을 통해 금융컨설팅을 제공한다. 명동 인근 금싸라기 땅에 빌딩을 세운 건물주들도 꽤 있다. 이들이 명동 스타PB센터에 맡겨둔 금액이 수백억원대인 만큼 다른 은행에 맡겨둔 금액까지 합하면 천억원 대의 자산가일 수도 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이 같은 슈퍼리치들이 더욱 보수적인 자산 운용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예금과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구성에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

김 센터장은 이에 대해 대부분의 자산가들이 정부나 금융권에서 바라보는 시각보다 훨씬 더 부정적으로 경기를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 1번이 ‘돈을 잃지마라’이고 2번이 ‘1번을 명심하라’이다”라며 “슈퍼리치들은 최근처럼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선 이 같은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산가들도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의 10~15% 정도는 공격적인 투자에 할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외화정기예금이 인기다. 김 센터장은 “외화정기예금으로 이자수익을 얻긴 힘들지만 다양한 외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놓으면 환차익을 올릴 순 있다”며 “물론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나 영국 파운드로 연봉을 받는 외국계 회사 임원들도 김 센터장의 주요 고객이다. 이들은 갖고 있던 외화를 조금씩 원화로 환전하는 방식의 재테크 전략을 쓰기도 한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김 센터장은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전망에 대해 슈퍼리치들과 생각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대부분 상저하고의 형태를 띄며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 예상하지만 채권가격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 등이 여전히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김 센터장은 “최근 각 금융기관들이 주식 혹은 관련 금융상품에 들어갈 적기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좀더 신중히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