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반도 땅끝 ‘테마섹’에 인간이 만들어낸 낙원, 싱가포르는 작은 나라다. 면적은 712.4㎢로 서울시 면적과 비슷하며 전체 체류자 520만명 중 싱가포르 국적자는 310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계 최대 해상물류거점’ ‘아시아의 금융허브’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2000달러의 부국’과 같은 수식어들은 싱가포르의 경제적 위상을 잘 말해준다.

싱가포르는 한국 관광산업에도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을 방문한 싱가포르 관광객은 지난 3년간 두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총 15만4000명이 한국을 찾아 전년보다 23.7% 급증했다. 특히 싱가포르 관광객들은 한국을 방문해 1인당 평균 2001달러를 지출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 중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소비했다. 평균 7.8일을 머물러 아시아 지역 관광객 가운데 가장 오래

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에만 머물지 않고 제주 강원 남해안 등 전국 일주형 한국관광을 즐기는 ‘알짜배기’ 관광객들이다.

싱가포르인의 여행 형태가 최근 변하고 있다. 본래 싱가포르인의 전형적인 여행 형태는 2대, 3대가 모두 모여 20~30여명의 대가족이 함께 떠나는 가족관광이었다. 하지만 매년 평균 2~3회 해외여행을 떠나는 젊은 관광객들은 이제 대가족·단체 패키지여행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직접 여행 일정을 자유롭게 짜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제주도를 찾은 싱가포르 관광객들.
제주도를 찾은 싱가포르 관광객들.
싱가포르 여행업계에 따르면 해외여행객의 70%가 이런 개별 자유여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가격에 민감하고 요구사항이 다양하며 까다롭지만 스스로 새로운 여행코스를 개척하고, 홍보하면서 오늘날 싱가포르 여행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이 몰려가는 여행지가 얼마 후 단체 패키지상품으로 자주 출시되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와 현지 여행업계는 최근 몇 년간 이런 여행 패턴 변화에 대응해 싱가포르 관광객을 끌어왔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처럼 싱가포르에서도 한류 열기가 뜨겁다.

연중 개최되는 K팝 스타들의 공연과 한류스타들의 팬미팅 행사가 매번 조기 매진되고 있고, 여행사들의 고객대응 창구와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지사가 운영하고 있는 코리아플라자에는 매일 많은 고객이 찾아와 직전 주말에 방영한 ‘런닝맨’이나 ‘1박2일’에 나온 장소가 어디인지를 묻는다.

우리 싱가포르 지사에서도 이런 점에 주목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국내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해 전국 각지의 새로운 관광 정보를 여행사 직원과 개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한국관광 워크숍을 개최했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이런 정보를 공유하고 파워블로거, 언론매체 등을 통해 알려왔다.

지사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은 현재 5만명에 육박하는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했던 개별여행자들이 자신의 여행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을 만들어 우수 여행기를 선정, 공유하고 있다.

다양한 캠페인을 기획해 신규 개별여행 일정을 홍보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한국 개별자유여행 참가 희망자를 온라인 공모를 통해 선발하고 이들이 다섯 가지 테마의 한국여행 미션을 완주하는 과정을 유튜브, 페이스북으로 중계했다. 올해에는 싱가포르 파워블로거들이 제주도 자가운전, 남해안 일주, 강남스타일, 한류테마 등 주어진 미션을 완료하는 과정을 SNS로 실시간 중계하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 최근에는 한반도 긴장 사태로 위축된 한국 여행시장 회복을 위해 익스피디아 등 4개 온라인 여행사 및 한국 항공사와 기간 한정 방한 특별 프로모션 등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개별 관광객의 한국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앞으로도 방한 싱가포르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아시아의 다른 관광지와 차별화된 소재가 풍부하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싱가포르와 비슷한 중화권의 대만 홍콩과 문화적 차이가 뚜렷하다.

아울러 일본과 차별화되는 쇼핑 소재와 흥에 넘치는 문화 등 아직도 활용할 소재들이 즐비하다. 한국의 이런 다채로움에 눈뜨기 시작한 싱가포르인들은 이제 언어, 음식, 문화 등 관심 분야를 확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