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광주은행을 ‘지역에 넘기라’는 지역 정치권, 상공계, 노동계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협상권을 달라거나, 지방은행에 대한 동일인 소유 지분을 15%까지 제한한 은행법에 예외를 인정하라는 초법적 요구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최고가 매각 원칙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경남·광주은행을 제대로 매각할지 여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정치권 · 정부, 경남·광주은행 매각 놓고 힘겨루기 "지역에 넘겨라" vs "최고가 매각 불변"

○“경남은행 1500억원에 넘겨라”

정부는 오는 26일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발표한다. 이를 앞두고 경남과 광주·전남지역 정치권, 상공계, 노동계의 정부 압박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20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호출한 가운데 ‘경남은행 지역환원 분리매각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지역에 우선협상권을 달라 △은행법에 예외를 인정하라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외환위기 당시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25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며 “매각 방식을 정할 때 그동안 지역주민이 보여준 애정과 희생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공계와 노동계의 요구는 한발 더 나아갔다. 최충경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경남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들은 신 위원장에게 “경남은행을 지역에 환원한다는 방침 아래 지역 컨소시엄에 우선협상권을 달라”고 압박했다. 그동안 경남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약 95%에 해당하는 금액을 우리금융에 배당한 만큼 정부는 1500억원가량만 받고 경남은행을 넘기면 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4일에는 강기정 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광주은행 지역환원을 위한 금융위원회와의 간담회’가 개최된다. 광주·전남지역 의원들과 지역 상공회의소, 광주은행 노조 대표들이 참석한다.

○“우리금융 민영화 시작부터 좌초 우려”


지역 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최고가 매각 원칙에서 물러날 방법도 없는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 안팎에서는 최근 ‘정면돌파’ ‘배수의 진’ 등과 같은 비장한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최고가 매각 원칙은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한다. 국가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정부가 진행하는 입찰은 최고가 매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른 변수를 고려할 경우 배임 등의 형사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우선협상권과 수의계약 요구는 이런 이유로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신 위원장은 20일 열린 간담회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 및 법과 원칙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매각을 진행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두 은행이 배당을 통해 공적자금을 거의 돌려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배당과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자본이 인수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인수자가 판단해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지방은행 매각이 지역 논리에 휘말려 좌초할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다시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신 위원장이 ‘직(職)을 걸겠다’고 말한 것은 지방은행 매각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매각 원칙과 관련해서는 청와대와 충분한 공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