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뿐 아니라 영국도 전 세계 민간인의 통신을 감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1일 에드워드 스노든이 제공한 기밀문서를 토대로 영국 감청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가 환대서양 통신 케이블을 해킹해 세계 각국 민간인의 전화통화, 이메일, 인터넷 사용기록 등을 몰래 수집했다고 보도했다. GCHQ가 수집한 자료를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공유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져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NSA의 기밀 감시프로그램 ‘프리즘’을 폭로했던 스노든은 ‘템포라’로 불리는 GCHQ의 도청 작전에 대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민간인 감시망”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공개한 내부문서에 따르면 GCHQ는 지난해 기준 매일 6억건의 전화통화와 200개 이상의 통신 케이블을 해킹했다. 독일 정부는 “GCHQ의 사찰이 사실일 경우 이는 ‘재앙’이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술 더 떠 22일 스노든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NSA가 중국과 홍콩의 이동통신 기업과 칭화대를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스노든은 이후 23일 오전 홍콩을 떠나 러시아 모스크바로 도피했다. 그의 입을 막기 위해 홍콩 당국에 신병 인도를 요구해온 미국으로선 속수무책의 상황이 된 셈이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스노든이 모스크바와 쿠바를 거쳐 베네수엘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간첩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용기 있는 국가가 스노든의 망명을 받아줘야 한다”며 그에 대한 전 세계의 지지를 촉구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