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왕의 미소 연장전 끝에 유소연을 꺾고 월마트NW아칸소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가 18번홀 그린 위에서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골프여왕의 미소 연장전 끝에 유소연을 꺾고 월마트NW아칸소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가 18번홀 그린 위에서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비 '즐기는 골프' 美 그린 휩쓸다
‘세리 키드’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시즌 5승째를 따내며 ‘한국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거둔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세계 여자골프랭킹 1위 박인비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나클GC(파71·6389야드)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 마지막 날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7타를 몰아쳤다. 합계 12언더파 201타로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과 동타가 된 박인비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시즌 5승(통산 8승)째를 올렸다. 2주 전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연장전 우승이다.

5승은 미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거둔 시즌 최다승(박세리, 2001·2002년)과 타이 기록이다. 박인비는 최근 23개 대회에서 7승을 거두는 ‘괴력’을 발휘했다. 준우승도 여섯 차례나 했다.

박인비는 올해 안으로 박세리가 갖고 있는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시즌의 절반인 14개 대회를 마친 상태에서 5승 고지를 밟아 남은 14개 대회에서 1승만 추가해도 한국 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해 이미 메이저 2승(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을 거둬 1998년 박세리의 메이저 2승(US여자오픈, LPGA챔피언십)과 타이를 이뤘다. 남은 3개 메이저대회(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에비앙챔피언십) 가운데 1승만 더하면 한국 선수로는 시즌 메이저 최다승 기록을 새로 쓰고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 위업도 달성한다.

아직 한국 선수가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한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올해의 선수 부문 점수에서 박인비는 221점으로 2위인 미국의 스테이시 루이스(92점)를 멀찌감치 따돌려 놓았다. 박인비는 “LPGA투어 사상 몇 번째라거나 누구의 기록을 깬다거나 하는 말에는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며 “평소 하듯이 골프를 즐기면서 칠 뿐”이라고 말했다.

2타 차 공동 5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6~8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낚으면서 상승세를 탔고 14번홀에서 3m 버디를 집어넣으며 미야자토 미카(일본)와 공동 선두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이어 18번홀(파5)에서 2m 버디를 낚아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공동 선두로 시작한 유소연은 13번홀에서 4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하며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는 듯했으나 17번홀 4m, 18번홀 2.5m 버디를 잇따라 노획하며 박인비를 연장전으로 끌고 나오는 데 성공했다. 18번홀에서 치른 연장전에서 박인비는 세 번째 샷을 홀 1.2m 옆에 붙여 버디를 성공시킨 반면 유소연은 세 번째 샷이 그린을 오버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박인비는 과거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처럼 막판 역전 드라마를 펼쳐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 ‘조용한 암살자’로 불리고 있다.

박인비에 이어 세계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아마추어 리디아 고(16), 김인경(하나금융)과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4위에 그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