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강화' 정무위 통과…산업자본 은행지분 9% → 4%로 축소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 규제 강도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추진했던 ‘과잉입법’에 국회가 제동을 걸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24일 회의에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방안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을 25일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여야는 공정위가 추진했던 관련 규제조항 신설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조항을 보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규제 수위가 당초 정부안보다 완화된 것이다.

공정위는 기존 조항인 공정거래법 제5장(불공정거래행위 금지)과 별도로 제3장(기업결합 제한 및 경제력 집중억제)에 처벌기준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럴 경우 일감 몰아주기를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닌 경제력 집중으로 해석해 기업 총수 등을 형사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위는 공정위 방안이 기업의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처벌기준 신설 대신 기존 조항인 제5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제5장에서 부당 내부거래로 규제하는 대상은 △정상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합리적 경영판단을 거치지 않은 상당한 규모의 거래(거래기회 제공) △총수 일가 등이 소유한 계열사에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사업기회 유용) 등 세 가지다.

개정안은 이 밖에 부당 지원행위의 요건을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완화했다. 다만 여야는 25일 소위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 처리를 금융정보분석원(FIU)법 개정안과 연계하기로 해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소위는 이날 산업자본의 은행·은행지주회사 지분 보유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축소하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관련 법안(금융지주회사법 및 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월세 소득공제

다만 주기적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기존 은행에서 보험 증권 카드사 등 비은행권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안은 처리하지 못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해서도 아파트·다세대 주택과 같은 월세 소득공제 혜택을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라 연소득 5000만원 미만인 주거용 오피스텔 세입자는 보증금 대출 원리금과 월세에 대해 연간 3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받는다.

소위는 또 연매출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해 고용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돼온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을 1%포인트 낮추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소위는 △집주인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목돈 안드는 전세’ 법안 △중소기업인의 재창업 때 체납세금 처분을 유예하는 법안 △수출입 관세 탈루행위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 등도 처리했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자산 형성과 자본시장의 수요 확대를 위해 장기펀드에 소득공제 혜택을 적용하는 법안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코넥스(KONEX)’ 활성화 법안 △뉴타운 사업의 출구전략을 위해 건설사에 세제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 등은 통과되지 못했다. 소위는 이들 법안을 다음 회기에 우선처리하기로 했다.

이정호/이태훈/김주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