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전환사채 발행 급증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미국 기업들의 전환사채 발행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채와 회사채 등 일반적인 채권의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들이 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전환사채를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회사인 딜로직을 인용, 올 들어 현재까지 미국에서 224억달러의 전환사채가 발행돼 지난해 전체 발행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딜로직은 이어 올해 전환사채 발행량이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환사채는 매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회사채의 일종이다. 하지만 해당 회사의 주가가 특정 수준(보통 채권 발행 당시 주가보다 25~35% 올랐을 경우)에 도달하면 투자자들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들은 투자 위험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어 과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전환사채 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Fed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초저금리가 유지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전환사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어졌다. 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이 일반 회사채는 물론 정크본드(투기등급채권)에까지 몰려든 탓이다.

하지만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지난달 22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전략을 시사한 데 이어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하면서 일반 채권을 내다 판 투자자들이 전환사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여행사인 프라이스라인닷컴은 최근 연 0.35%의 낮은 금리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의 베뉴 크리샤 전략가는 “지난 몇 년간 전환사채 발행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