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25일 국정원이 2급 기밀문서로 분류해 보관해온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한 결정은 야당의 회의록 조작·왜곡 의혹 제기에 맞서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야당 의원들이 회의록 공개 이유를 묻자 “야당이 자꾸 공격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그렇게 했다”고 답변했다고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하지만 조원진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는 “국가 안위를 위해 공개한 것이라고 먼저 답변한 다음 (국정원의) 명예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 원장은 ‘국정원을 떠날 각오로 공개 결정을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도 “내가 왜 사퇴하느냐, 사퇴할 용의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지난 20일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회의록 전문과 발췌본 열람을 허용한 것에 대해 “제가 승인했다. 독자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의원들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20일 처음 봤으며, 두세 시간에 걸쳐 읽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이 “원세훈 전 원장은 여야 합의가 있더라도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추궁하자 남 원장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전달하느냐.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남 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다는 발언이 없다”고 지적하며 확인을 요구하자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서도 “답변 않겠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원 전 원장의 처신에 대해서는 “재판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남 원장이 공공기록물법에 근거해 비밀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에 따라 합법적으로 기밀을 해제하고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원이 보관한 사본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 정본과 녹음파일을 국회 의결 절차를 거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