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과 장관들, 대통령 앞에서 붙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무회의서 보육예산 지원 놓고 고성 오가
지켜보던 朴대통령, 말없이 원안 통과시켜
지켜보던 朴대통령, 말없이 원안 통과시켜
지방자치단체의 무상보육 예산 부족분을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격론을 벌였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다. 박 대통령은 격론을 지켜본 뒤 장관들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 주요 안건은 ‘2013년도 일반회계 예비비 지출안’으로 보건복지부가 지자체의 영유아 보육사업 지원용으로 확보한 일반 예산 6783억원 중 3607억원을 보육비 부족을 겪는 지자체에 우선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확약한 지자체에만 지원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날 안건이 보고되자 박 시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추경이 불가하고 오히려 감액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지자체의 추경 편성을 조건으로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갑(중앙정부)의 을(지자체)에 대한 횡포”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추경 편성을 전제로 하는 것은 추가 협의 때까지 보류하고 서울시 보육예산 부족분부터 먼저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시장은 새 정부 출범 후 국무회의에 매번 참석했지만, 서울시와 정부 간 보육예산 지원을 놓고 갈등이 전면화된 지난달 이후 두 번 연속 불참했다. 하지만 이날 관련 내용이 안건으로 잡히자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반론이 제기됐다. 김동연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실장은 “서울시 사정만 너무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보류하라고 하면 예산을 지원받게 될 다른 지자체는 돈을 받아놓고 집행도 못하고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냐”고 따졌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이미 조건부 예산 지원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이고 그 전에 지자체 단체장 대표들과도 얘기했던 것”이라며 “이제 와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섭섭하다”는 말도 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안행부는 원래 지자체 입장을 두둔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이 문제는 다르다”며 “안행부도 이번 지원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예비비에서 2000억원을 떼줘야 한다. 서울시도 고통 분담에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른 지자체들은 다 동의했는데 왜 서울시만 그러냐”며 “추경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돈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 간에 몇 차례 더 고성이 오갔고, 코너에 몰린 박 시장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저는 할 말 다했다”며 말을 맺자 논쟁이 종료됐다고 여러 참석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박 시장과 장관들 간 설전이 벌어지는 동안 별다른 언급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논쟁이 끝나자 국무회의 의장 자격으로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한 참석자는 “원안대로 통과시킨 것은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 지원 주장에 대통령 역시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이날 회의 주요 안건은 ‘2013년도 일반회계 예비비 지출안’으로 보건복지부가 지자체의 영유아 보육사업 지원용으로 확보한 일반 예산 6783억원 중 3607억원을 보육비 부족을 겪는 지자체에 우선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확약한 지자체에만 지원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날 안건이 보고되자 박 시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추경이 불가하고 오히려 감액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지자체의 추경 편성을 조건으로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갑(중앙정부)의 을(지자체)에 대한 횡포”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추경 편성을 전제로 하는 것은 추가 협의 때까지 보류하고 서울시 보육예산 부족분부터 먼저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시장은 새 정부 출범 후 국무회의에 매번 참석했지만, 서울시와 정부 간 보육예산 지원을 놓고 갈등이 전면화된 지난달 이후 두 번 연속 불참했다. 하지만 이날 관련 내용이 안건으로 잡히자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반론이 제기됐다. 김동연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실장은 “서울시 사정만 너무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보류하라고 하면 예산을 지원받게 될 다른 지자체는 돈을 받아놓고 집행도 못하고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냐”고 따졌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이미 조건부 예산 지원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이고 그 전에 지자체 단체장 대표들과도 얘기했던 것”이라며 “이제 와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섭섭하다”는 말도 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안행부는 원래 지자체 입장을 두둔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이 문제는 다르다”며 “안행부도 이번 지원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예비비에서 2000억원을 떼줘야 한다. 서울시도 고통 분담에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른 지자체들은 다 동의했는데 왜 서울시만 그러냐”며 “추경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돈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 간에 몇 차례 더 고성이 오갔고, 코너에 몰린 박 시장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저는 할 말 다했다”며 말을 맺자 논쟁이 종료됐다고 여러 참석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박 시장과 장관들 간 설전이 벌어지는 동안 별다른 언급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논쟁이 끝나자 국무회의 의장 자격으로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한 참석자는 “원안대로 통과시킨 것은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 지원 주장에 대통령 역시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