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기업 간 경쟁은 회사 대 회사의 경쟁이 아닌, 공급망 대 공급망의 경쟁이다. 삼성과 애플도 마찬가지다.”

서병도 한국정보기술단 대표(전 삼성SDI 상무)는 26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제3회 ‘런(learn) 삼성 포럼’ 강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삼성SDI SCM(공급망 관리) 추진팀에 근무하며 글로벌 SCM을 담당했다.

서 대표는 SCM을 ‘고객이 원하는 가격과 품질의 제품·서비스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수량만큼 공급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자원 운영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기업이 효과적인 SCM을 하지 못하면 낭비가 생긴다. 원자재 공급자부터 2·3차 부품 협력사, 1차 협력사를 거치는 각 생산단계마다 재고가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해진다. 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벌지 못하거나,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다.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SCM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25개 글로벌 기업 중 삼성전자를 8위로 평가했다. 미국 기업을 제외하면 2위이고, 아시아 기업 중에선 최고다. 1위 기업은 애플이었다.

삼성전자는 1994년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SCM 구축에 들어갔다. SCM이 힘을 발휘하자 삼성전자의 재고 수준은 1994년 56일치에서 2003년 13.6일치로 줄어들었다. 서 대표는 “미리 생산한 뒤 밀어내기를 하고 수시로 생산계획을 바꾸면서 생산과 영업부문이 재고와 공급부족 책임을 미루던 악습은 SCM으로 사라졌다”고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