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힘 페터스 지음 / 전대호 옮김 / 에코리브르 / 344쪽 / 1만7000원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전략이 존재한다는 건 대부분의 다이어트법이 실패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독일의 뇌과학자이자 비만 전문가인 아힘 페터스는 《이기적인 뇌》에서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한 오랜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왜 체중 감량에 다이어트가 부질없는지 설명한다. 사람들이 살을 빼려 노력할수록 체내 물질대사 균형은 깨진다. 뇌가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게 되면 체중 감소 노력을 망치도록 애쓴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기적인 뇌’라는 개념을 통해 인체의 에너지 수급과 과체중 문제에 접근한다. 뇌는 가장 먼저 자기 몫을 챙기는 이기적인 지배자다.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는 포도당 200g 가운데 130g을 뇌 혼자서 소비한다. 저자는 “뇌를 이용해 영양 과잉상태에서 몸을 날씬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과감한 논리를 편다.
“뇌의 이기성은 우리에게 이롭다”고 저자는 말한다. 뇌의 이기성이 궁핍한 시기에 생존을 보장해 주고, 풍요의 시기에는 우리의 몸매를 날씬하게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의 이기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비만, 당뇨병, 폭식증, 거식증과 같은 것은 우리의 무절제 때문이 아니라 뇌의 시스템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뇌가 에너지(포도당)를 몸으로부터 끌어당기는 힘을 ‘뇌-당김’이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비만과 당뇨의 원리를 좀 더 깊게 파헤친다. 뇌-당김은 몸이 에너지를 끌어당기는 ‘몸-당김’보다 힘이 강하다. 그런데 이 뇌-당김이 약화되면 뇌로 공급되는 포도당이 정체된다. 이 포도당들은 지방조직으로 이동하고 몸이 과체중으로 변화한다.
저자는 “살 빼기 노력이 길면 길수록 더 많이 몸에 해악을 끼친다”고 말한다. 캐나다 퀘벡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다이어트 실시자들은 특정 시점부터 오로지 음식만 생각하다시피 한다. 뇌에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는 점점 더 음식 찾기에 몰두한다. 또한 에너지 부족에 처한 뇌는 체내에 스트레스 호르몬을 일으킨다. 이 스트레스 호르몬은 골격과 피부의 콜라겐을 감소시킨다. 게다가 피하지방을 복부지방으로 변환시킨다. 다른 부위는 날씬한데 배만 볼록한 사람들은 ‘스트레스 배’를 갖게 된 것이다.
당뇨의 원리도 비만과 비슷하다. 뇌에서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하면 혈액에 포도당이 유입되기도 한다. 저자는 당뇨병의 치료법으로 뇌-당김 회복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논의할 때가 왔다고 주장한다.
뇌혈류 장애, 만성 스트레스, 잘못된 약물, 술 등이 뇌-당김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저자는 감정 항상성 유지를 통해 뇌-당김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스포츠 활동과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단이 감정 항상성을 유지하게 만든다. 따라서 비만 해결 방법은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한 뇌의 회복이라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