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첫 단추인 경남은행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에 들어갔다. 총자산이 31조3000억원(작년 말 기준)에 달하는 경남은행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지방은행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어서다. 두 곳 중 누가 인수하더라도 총자산 70조원 안팎의 거대 지방은행이 된다. 이런 이유로 성세환 BS금융 회장 내정자와 하춘수 DGB금융 회장은 회사의 명운을 걸고 경남은행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

○성세환 “지역 상공인과도 협력”

성 내정자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하나의 지역이라는 점을 경남은행 인수를 위한 당위성으로 내세웠다. 그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비슷한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한 뿌리 정서를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산과 당기순이익 측면에서 봐도 두 은행이 힘을 합쳐야 덩치와 경쟁력을 함께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부산과 경남지역 내 중복 점포 우려도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성 내정자는 “부산은행의 178개 지점(출장소 80여개 제외) 중 경남은행과 100m 거리 안에 있는 중복 점포는 9개(직원 9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쉽게 조정할 수 있다”며 “경남은행을 인수하게 되더라도 3~5년간 ‘투뱅크’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어서 인력 조정 우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과 재무적인 검토 작업은 거의 끝내 놨다”며 “다만 ‘승자의 저주’ 문제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인수가격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성 내정자는 부산과 경남지역의 미묘한 지역정서 문제를 의식한 듯, 지역 상공인들과 계속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경남과 지역 상공인들이 주도하는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가 자금조달 계획을 완벽하게 준비하거나 우선협상권을 받는 등 유력 후보가 될 수 있다면 손잡고 도울 의향도 있다”며 “주도적 인수자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FI)로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수위 측이 힘들 것으로 판단되면 단독으로 인수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춘수 “자금조달 계획 마쳐”

하 회장은 부산은행과 달리 대구은행의 영업지역 및 산업기반이 경남은행과 겹치지 않아 인수 때 지역사회 발전에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 회장은 “대구은행의 영업점포는 모두 251개인데 대부분 대구와 경북지역에 있고 경남지역에는 불과 8곳(부산 5곳, 울산 2곳, 창원 1곳)밖에 없다”며 “때문에 인수 후에도 인력 구조조정 등의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은 섬유, 전자, 기계 중심인데 부산·경남은 중화학, 조선, 자동차 등으로 특화돼 있어 한쪽 지역의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리스크가 분산된다”며 “인수 후에도 은행마다 정해진 동일기업 여신 한도 문제로 인해 기업대출 규모를 재조정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역정서 문제에 대해선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지역이 미묘한 지역정서 차이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 회장은 자금 조달 역시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외부 조달 등을 통해 충분히 자금을 끌어올 수 있도록 검토작업을 해놨다”고 설명했다.

다만 ‘베팅’ 과정에서 무리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하 회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데다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인수가격을 써낼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가 최고가 매각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더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