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가 된 운동화…나이키의 디지털 체험 마케팅
넘쳐나는 재화와 서비스에 비해 이를 향유할 시간은 줄어들면서 상품 자체보다 ‘체험 과정’의 즐거움, 성취감, 소속감 등이 상품의 차별화 요소로 떠올랐다. 또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어디서나 오감(五感)으로 상호작용하는 ‘전방위 디지털 체험’도 가능해졌다. 구글, 아마존 등 신흥 정보기술(IT) 강자는 물론 일반 기업들도 오 디지털 체험을 통한 고객 확장과 사회공헌 등 가치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소비자가 건강 증진 등 자아계발 활동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나이키다. 나이키는 자사의 대표상품인 운동화를 게임기로 바꾸고자 했다. 혁신적인 디지털 상품인 ‘나이키 플러스’ 시리즈를 잇따라 선보였다. 운동량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 온라인 게임을 하듯 경쟁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나이키 플러스는 전 세계 700만명이 가입한 최대의 사이버 운동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나이키는 2013년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혁신기업 1위에 등극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체험의 특성을 확장해 고객을 늘린 사례는 레고다. 레고는 최신 로봇 기술을 보유한 MIT 미디어랩과 협력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디지털 로봇’ 마인드스톰 시리즈를 개발하고, 가상공간에서 창작활동이 가능한 레고팩토리닷컴을 운영했다. 청소년 및 성인을 새로운 고객으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80년 역사의 전통기업은 최근 4년간 순이익이 4배 이상으로 커졌다.

월트디즈니는 기업 명소 및 매장의 혁신성을 강화, 감동 연출에 성공했다. 디즈니랜드로 유명한 월트디즈니는 ‘개인 맞춤형 관광가이드’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기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전자 손목밴드를 개발, 줄서기의 불편을 해소했다. 또한 현실공간의 디즈니랜드를 가상공간의 게임 형태로 재현해 환상 체험을 극대화했다. 그 밖에 디즈니 영화의 캐릭터와 스토리, 동영상 컷 등을 활용해 고객이 스스로 자신만의 게임 스토리나 창작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참여형 인터랙티브 체험’도 강화하고 있다.

기업, 소비자, 사회가 윈윈한 사회공헌 사례로는 미국 보험사 프로그레시브가 있다. 모바일 기기로 운전 행태를 진단해 최대 30%까지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도덕적 해이를 해소하고 교통 안전 제고에 기여했다.

이렇게 글로벌 선진기업들은 디지털 체험을 선제적으로 구현하며 앞서나가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들이 기존의 제품 위주 경쟁력에 안주할 경우 그동안 쌓은 위상이 무너질 수 있다. 체험 중심 경쟁 구도에선 어떻게 고객을 체험에 몰입시킬 것인가가 승패의 관건이다. 첨단 디지털 기술의 도입뿐 아니라, 오감을 총체적으로 자극하는 미적 요소, 자발적 참여를 촉진하는 운영 방식,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사회적 의미도 부여하는 스토리텔링 등 디지털 체험의 4대 핵심 구성요소가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스마트폰의 가속도센서가 급제동, 급커브 등을 감지해 안전운전을 장려하는 ‘마이세이프드라이빙’ 모바일 앱 등 디지털 체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보유한 오프라인 자산과 디지털 역량을 결합한다면 장기적인 경쟁우위를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성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h1009.le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