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북촌·장수마을에 공예거리 만든다
서울시가 내년부터 신청사~을지로와 북촌 한옥마을을 전통 공예거리로 만들고, 노원구 공릉동에 공예박물관을 건립하는 등 ‘디자인 공예도시’ 조성에 나선다. 공예산업을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울의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오세훈 전 시장이 내건 ‘디자인 서울’이 패션·건축 등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박원순 시장은 전통공예 중심으로 디자인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와 산하기관인 서울디자인재단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예·공방 활성화 종합계획’을 마련,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시는 이를 위해 △공예가치 인식기반 조성 △공예문화 확산 △공예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 △공예기반 도시 마케팅 등 4대 정책과제를 수립했다. 지금까지 공예 분야에 대한 지원이 직접적인 재정 지원에만 머무른 데 비해 앞으로는 공예인프라 조성에 중점을 두겠다는 설명이다.

시는 내년 중 공릉동 북부지청 부지에 공예박물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박 시장의 지시로 지어지는 공예박물관은 전통공예 전시·판매·체험·제작이 한꺼번에 가능한 공간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시는 과거 조미료공장으로 쓰이다가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런던 템스강변의 옥소타워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시는 당초 1순위로 경희궁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을 정했지만 “장소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박 시장의 지적에 따라 공릉동 부지로 후보지를 바꿨다. 북부지청 건물은 법무부 소유여서 법무부 등과의 협의를 거쳐 부지를 마련한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올 하반기부터 국비 등 294억원의 예산을 들여 종로구 서인사마당에 지을 전통문화복합시설의 일부 공간을 공예문화관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시청~을지로, 북촌 한옥마을, 성북구 장수마을에는 공예거리를 만든다. 이곳에는 각각 100여개의 공예상품점, 공예체험관, 카페 등 복합 공예문화공간을 조성키로 했다.

백종원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을지로 인근 지역은 개발이 늦어져 임대료가 매우 저렴하다”며 “최근 을지로 주변에 공예가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공예거리 조성을 통해 거리 노점상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시 고위관계자는 “노점상들이 수준 높은 공예품을 판매하면 시민 불편도 줄어들고 노점거리도 품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예산업과 연계해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관광기념품 100선도 선정한다. 이달부터 9월까지 시민 참여를 거쳐 고가 기념품은 10만원 이하, 중저가는 3만원 이하로 대표 관광기념품 100개를 뽑아 발표할 예정이다. 공예협동조합 지원, 일선 학교 공예교육 실시, 전통시장의 공예제품 판매 활성화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다음달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9월 최종계획을 확정한 후 발표하기로 했다.

한편 종합계획에 대한 시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정준모 국민대 교수는 “공예에 대한 서울시의 접근이 지나치게 제품에만 집중돼 있다”며 “공예 가치보다는 성과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택 명지전문대 교수는 “전문가 위주의 공예정책보다는 일반 시민들도 공예를 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